추석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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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제주한라대학교 복지행정과 교수/논설위원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 정도로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계절이 온 것 같다. 며칠 후면 추석도 다가온다. 추석을 맞아 각 가정마다 차례상을 준비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해마다 다가오는 추석이지만 올해는 더욱더 풍성하게 음식물을 준비하여 개인들과 가족의 안녕과 번창을 기원한다. 예전부터 추석은 우리 조상들에게는 매우 큰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대부분 우리들의 삶의 터전은 농촌생활에 기반을 두고 농사짓는 일이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하였다. 말하자면 한해 농사가 잘되어야만 일 년간 식구들이 건강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일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석 기간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로 보내기보다는 집안마다 일 년 동안 일구어 온 농작물을 수확하는 기쁨과 조상님들에 대한 감사의 은덕을 느낄 수 있게 되는 매우 중요한 축제의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추석의 풍속도는 굉장히 달라지고 있다. 물론 지금도 추석을 맞이하여 집집마다 왕래하며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지 및 인척들을 정답게 인사하며 서로 간의 정을 나누는 일은 여전하다. 아직도 일 년 중 신정과 함께 큰 명절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추석 기간을 단지 사람들 간의 만남이나 휴식의 의미로 여겨 추석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급격한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전통 축제를 보존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추석이라는 축제를 통하여 작게는 개인의 삶에서부터 지역의 안녕과 번창을 넘어 국가의 발전을 기원하게 된다.

특히 제주 사회만 보더라도 시대의 물줄기에 따라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어왔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정학인 위치로 과거로부터 외딴지역이고 고립된 장소로 인식되어 왔다. 그래서 제주인들은 우리나라 어느 지역보다도 매우 열악한 삶을 영위해 왔다. 그래서 제주사람들은 흔히 육지라는 지역에 대한 로망을 과거에도 가져왔고 지금도 항상 마음속에 남아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인 1970년대를 회상해 보면 제주인들의 삶은 매우 빈곤하고 열악해 보였다. 제주 시내 주변 모습들이 온통 초가집들이 대세를 이루었고, 화장실의 모습도 민속박물관에 전시될 정도로 집 마당 외딴 저편에 설치되어 사용하였던 추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우리 제주 사람들은 대가족 중심을 이루었고, 추석 때가 되면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는 8촌 이상의 친인척들이 옹기종기 함께 이쪽저쪽 순서에 맞추어가며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차례를 지냈고, 동네 전체가 축제의 장이였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지금 제주 사회는 예전에 보아왔던 모습들은 간데온데없고 서로 간에 인정들도 메말라가고 있다는 안타가운 마음과 심지어 혼돈의 상태에 빠져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양적·질적면에서 놀라운 변화와 발전을 통하여 우리 생활은 더더욱 윤택하게 되었지만 제주의 분위기는 녹록하지 않다. 오히려 이 시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제주 사람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관광객, 외부인들이 제주로의 인구 대이동이 일어남으로써 상당한 혼잡이 예상된다.

어쨌든 올해 2019년 추석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간 오랜 동안 떨어져 생활하다 재회하는 만남을 통하여 덕담과 조상의 은덕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특히 각자 제주인의 강인한 정신력으로 우리 모두의 건강과 가정의 안녕하기를 기원하고, 제주 발전에도 보탬이 되는 풍성한 한가위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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