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살맛
입맛, 살맛
  • 제주신보
  • 승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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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음식을 맛있게 잘 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맛을 볼 수 있는 혀가 발달했다. 맛을 보면 무엇이 부족한지 또 무엇이 너무 과한지 금방 알아내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각자 오랫동안 먹어왔던 음식의 맛이 기준이 되어 맛있다’ ‘없다를 대부분 결정한다. 결혼한 아들이 어머니의 손맛에서 독립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이유도 오랫동안 길들어 있는 입맛 때문이다. 각자가 자라오면서 길들여진 입맛 때문 맛 집이라고 평이 나 있는 음식점이라도 반응은 제각각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또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하게 되니 여러 사람들의 기준에 맞는 음식을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평생 아내의 손맛에 길들여진 할아버지에게 맛있는 음식집 요리를 사드려도 할머니가 해준 음식이 최고라고 하신 것처럼.

입맛을 바꾸기가 참 힘들다. 입맛을 바꾸기 힘들 듯 우리의 생각도 바꾸기가 쉽지 않음을 살아오면서 느끼고 있다. 한쪽에 치우친 양념을 과하게 쓰면 탈이 나기 쉽고, 또 한쪽에 치우친 자세가 결국 우리의 몸을 비뚤게 만들 듯 치우친 습관과 생각은 결국에는 삶의 걸림돌이 되고 만다.

최고의 음식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살리면서 맛있는 음식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나트륨 섭취가 권장량을 훨씬 넘고 있어서 건강을 위해 줄여야 한다고 하지만 맛 때문 줄여지지가 않는다. 짠맛을 줄이면 음식이 아무 맛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건강상 나트륨을 줄여야만 되는 절박한 상황이라면 무염식으로 시작해야만 줄일 수 있다. 처음에는 간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고 하지만 먹다보면 점점 재료의 맛에 집중하게 되고 나중에는 간이 된 것인지 아닌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그 상태에서 조금만 간을 해도 금방 짠 맛이 느껴져 자연히 나트륨을 줄일 수밖에 없다.

삶의 맛을 내는데도 여러 가지 양념이 들어간다. 그 중 편리함은 빼 놓을 수 없는 양념일 것이다. 점점 더 그 맛에 길들어 있어서 더 많이 사용하다보니 여기저기가 아프다. 치료를 위해서 불편한 맛에 익숙해야만 한다. 그리고 각자 삶의 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양념이 정말 건강을 위한 것인지 살펴보며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모두의 건강한 삶을 위한 것이라면 그 양념을 줄인 맛에 길들여 봐야 하지 않을까. 병이 들면 치료의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고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삶을 바꾸게 된 동기를 들어보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야 비로소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보였다고 한다. 살아 있음이 감사하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을 맛본 사람이라면 다른 양념이 그리 많이 필요 없이도 충분히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