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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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은퇴자에게도 ‘허니문’ 기간이 있다. 신혼부부들이 결혼 직후엔 알콩달콩 지내듯이 은퇴자도 은퇴 직후엔 이렇다. 대개가 오랜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행복감을 느끼며 여가를 즐긴다. 물론 강제 퇴직이나 건강 문제 등으로 은퇴한 사람은 이런 긍정적 느낌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무리 꿀 같은 달콤함도 시간이 지나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이때 환멸이란 불청객이 들이닥친다. 은퇴 전에 세웠던 은퇴 후에 대한 계획은 환상이었으며 현실적이지 못함을 깨닫는다. 은퇴자로선 위기의 순간에 직면한 것이다. 신혼부부들이 권태기를 잘 보내야 행복한 부부생활을 지속할 수 있듯이 은퇴자들도 이 시기를 잘 넘겨야 한다. 자칫하면 ‘삼식(三食)이’로 취급받을 수 있어서다. 이젠 일식, 이식도 아닌 하루 세끼 밥상을 차려야 하느냐는 아내들에게서 나온 우스개라지만, 가시가 돋쳐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은퇴 우울증’이 심각하다.” 남성은 재직 중 행복지수가 여성에 비해 높다가 퇴직 후엔 급감한다. 여성은 은퇴 전이나 후의 변화가 미미하다. 라이나생명 산하 라이나전성기재단이 최근 발표한 ‘대한민국 중년 퇴직 후 라이프스타일’이란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여기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로 유명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도 함께했다.

퇴직 후 5년 이내의 남녀 총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은퇴 세대가 퇴직을 가장 실감하는 순간이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뭐하지”하며 고민할 때라고 한다. “오늘이 평일인지 휴일인지 헷갈릴 때” “밥값을 선뜻 내겠다는 말을 못 할 때”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라는 선택도 많았다. 이처럼 여전히 많은 은퇴자가 퇴직 후의 삶에 어려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에게 삼식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상처에 왕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은퇴한 남편 곁에 있는 아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우울증을 부를 수 있다. ‘은퇴 남편 증후군’이란 말처럼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자주 아프고 신경도 날카로워진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가와 유리는 ‘은퇴 남편 유쾌하게 길들이기’에서 점심은 직접 차려 먹게 하라, 집안일을 시켜라, 남편이 바둑이 됨(졸졸 쫓아다니는)을 경계하라, 칭찬을 아낌없이 하라, 남편의 지역사회 데뷔를 응원하라 등을 조언한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인 필자에게도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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