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내린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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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천륜이다. 성장을 바라보는 흡족한 미소는 삶의 가치요, 행복의 기준점이다. 속설 중에 죽어 귀신이 되어서도 살아있는 가족들의 성품이나 됨됨이를 따져 하늘에서 복을 내린다고 한다.

직업을 천직이라 여기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은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나 손재주가 뛰어나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은 형님과 누님 두 분은 꽤나 유명세를 치르는 교수이자 의사인데 왕래도 없고 인색하기가 놀부란다. 그런가 했는데 얼마 후에 치매로 인해 잠시 요양원에 모셨던 어머니가 운명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걸음에 달려가니 식구들이 모여 향후 일정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형수라는 분이 나서서 이 순박한 사람들에게 야박하다 싶을 정도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앞으로 산소 관리도 힘들고 찾아가는 수고도 번거로우니 납골당으로 모시고, 공동명의로 돼 있는 아파트는 자신들 몫이며 시골 전답은 시누이에게 양보하고 도련님은 선산에 토지 보상금이 나오니 이참에 묘를 다 정리 하고 나머지 남은 것을 가져가란다. 다 뺏어가겠다는 심보이다. 이런 억측에도 대꾸도 못 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이내 나오면서 하는 푸념은 당신의 아버지가 어려운 형편에도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서 정성으로 뒷바라지를 했는데 유학까지 마치고 와서 이제 효도 좀 받아보려나 했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어쩌다 만남에도 서먹한 사이 객식구 취급을 받았단다. 언제부터인지 말씀이 급격히 줄더니 의욕 상실로 항시 먼 산만 보셨단다. 그러더니 갑작스럽게 몹쓸 병에 걸려 돌아가셨단다. 그게 십 년 세월인데 저런 태도가 부끄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단다.

일단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아 모든 조건은 상후 다시 의논하자 하고 원만하게 마무리를 한 후 화장을 해서 부친묘 옆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잔디장을 해드리고 두분의 명복을 빌어 드렸다. 물론 이 아들 잘 되게 해 달라 염원도 함께.

아직은 추운 봄이었는데 꽃이 피기도 전에 들려온 낭보는 익히 배운 솜씨와 경험으로 만들어 놓은 소품 몇 개가 세상에 알려져 국제 출원까지 받아내는 쾌거로 판매권을 독점하려고 난리 성화란다. 물량의 한계가 있지만 배우겠다는 젊은 일꾼들이 찾아와 나름 보람이란다. 보이지 않아도 간절함과 착한 치성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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