漾水池邊孤黑松 양수지변고흑송 출렁이는 물가의 외로운 곰솔/
生根深地健剛容 생근심지건강용 뿌리 깊숙이 내려 굳건하구나/
久年風雪被彎曲 구년풍설피만곡 오랜 세월 눈 바람에 굽고 휘었어도/
常綠維持値得宗 상록유지치득종 늘 푸르름 지켜와 본받을만하구나/
■주요어휘
▲黑松(흑송)=곰솔. 소나뭇과의 상록 침엽 교목 ▲漾=출렁거릴 양 ▲生根(생근)=뿌리를 내리다. 뿌리가 돋아나다. 뿌리가 생기다 ▲健剛(건강)= 강건하다. 의지나 기상이 굳세고 건전하다 ▲久年(구년)= 오랜 세월 ▲風雪(풍설)=바람과 눈. 심한 고난을 의미 ▲彎曲(만곡)=활처럼 휘우듬하게 굽다 ▲値得(치득)= ∼할 만하다. ∼할 만한 가치가 있다 ▲撓=어지러울 요. 휘다 ▲屈=굽을 굴 ▲敍懷(서회)=품은 생각을 풀어 말함
■해설
余閒游涯月水山貯水池時 仰視黑松也 雖撓屈不得用材 而感四時長靑松竹節槪 以敍懷於詩
(나는 애월읍의 수산저수지를 거닐 때 유심히 곰솔을 바라보았다. 비록 휘고 굽어 재목감은 아니나, 사계절 늘 푸른빛 띤 송죽의 절개를 느끼면서 그 마음을 시로 써보았다.)
연일 폭염 주의보가 발효되던 무더운 여름날 애월읍의 수산 저수지에 피서할 겸 찾아 갔다. 맑은 하늘에 하얀 조각구름 흐르고, 잔잔한 물결이 이는 호수 위에 반짝이는 햇살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곰솔의 그늘아래 한 동안 않아 있으니, 절로 쌓인 피로며 더위가 슬며시 사라진다. 겉으로 느껴지는 장엄한 위용과, 가까이에서 그의 굽고 휜 가지와 마디를 보며, 오랜 세월 모진 비바람에도 굳건히 잘 견디어 온 곰솔의 강인한 근성에 느끼는 바가 있어 시로 옮겨 보았다.
이 黑松의 운(韻)은 평성 동운(冬韻; 松, 容, 宗)이며, 평측은 ‘仄仄平平平仄平, 平平平仄仄平平, 仄平平仄仄平仄, 平仄平平仄仄平’이다. 일반적으로 고평(孤平; 仄平仄)은 7언은 제 4자, 5언은 제 2자의 경우를 말하며, 그 이외의 경우는 논외로 삼는다.
<해설 무운김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