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적 지방 분권 모델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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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수, 리쓰메이칸대학 국제관계학부 특임교수/논설위원

조국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지난 6일 지방재정 분권 개혁을 위한 범정부 논의기구인 2단계 재정 분권 태스크포스(TF) 팀이 출범했다. 법무부 장관의 임명 소동에 가려져서 거의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지방 분권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에 하나일뿐더러 문재인 정부 5년의 성공 여부를 가를 만한 개혁 과제이기도 하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연방제 수준’의 가감한 분권 개혁을 내걸어 이를 위한 ‘지방 분권 로드맵’을 제시했다(2017년 10월). 작년 3월에 밝혀진 헌법개정안에는 제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까지 명시되어 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글로벌시대의 무한경쟁을 이겨내야 할 한국이 오늘 수준의 지방 분권을 달성한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구미(歐美)나 일본의 지방 분권 수준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로드맵’은 사무·권한의 대폭적인 지방 이양과 더불어 이를 지탱하는 지방재정의 확충을 기하면서 현재 8대2인 세입의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의 비율을 7대3을 거쳐 장기적으로는 6대4로 해 가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6대4는 지금의 일본에 가까운 수준이다. 일본도 ‘3할 자치’라는 낮은 수준의 재정 자립도에 머물었다가 2000년대 초에 이른바 ‘삼위일체 개혁’이 추진되어 보조금개혁과 국세의 지방 이양이 이루어졌다.

전술한 TF는 올해 연말까지 재정 분권 추진방안 초안을 마련해 내년 하반기까지는 관련 법안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렇듯 분권 개혁이 추진되는 가운데 특별자치도로서의 제주의 위상이다. 2006년에 특별자치도가 된 이래 제주는 입법, 재정, 자치조직 및 인사 등 지방행정의 모든 분야에서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되면서, 지역경제를 비롯한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놀라운 성장을 이룩하였다. 하지만 한국 사회 전반의 지방분권개혁이 추진되면 제주의 특별자치도로서의 선도적 지위의 재정립이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지방 분권 개혁의 핵심과제라 할 수 있는 풀뿌리 주민자치의 활성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존의 4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했던 문제가 새삼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2006년 당시 일단 주민투표를 거쳤다고 해도 기초자치단체 폐지는 특별자치도로의 전환이 주민자치보다도 지역경제의 경쟁력이나 효율성 위주로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의 자치권 없는 행정시 체제의 결함이나 한계는 일찍부터 지적되어왔고 올해에 들어서 제주도의회는 ‘행정시장 직접선거제’ 동의안을 채택했지만, 현직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은 각각 취임 1주년의 기자회견에서 예산이나 조례제정권 등 진정한 자치가 보장된 행정시장 직접선거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본지 8월 21일).

기초자치단체와 다양한 시민사회조직(주민자치회, NPO, 농협, 복지단체, 환경단체 등)과의 상호 협력관계로 이루어지는 로컬 거버넌스(지역협치)가 최근 들어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도로 더더욱 주목받고 있다. 주민 생활에 밀착하는 기초자치단체는 그러한 로컬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한국 사회가 ‘지방분권국가’로 가는 흐름 속에서 지방 분권을 선도하는 모델로 간직돼 온 제주형 주민자치의 행방이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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