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돼지
치매 돼지
  • 제주신보
  • 승인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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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중세 서양의 의과대학들은 인체 해부학을 돼지를 통해 가르쳤다. 피부와 모발의 질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가 인간과 유사해서다. 프랑스 남부의 어느 대학은 한 해에 500마리를 해부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심장과 간 등 여러 장기의 이식에 대한 연구에 돼지가 빠지지 않고 있다. 국내 한 대학은 돼지 몸에서 인간 장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승인받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사람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돼지에 주입해 질병 치료에 필요한 장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란 이미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 인위적 자극을 가해 인체의 모든 장기로 분화가 가능하게 만들어진 세포를 말한다. 다만 돼지의 장기는 인간보다 크다. 그래서 사람의 장기와 비슷한 크기의 것을 얻기 위해 개량한 것이 ‘미니 돼지’다. 무게가 60㎏ 내외로 실험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박세필 교수팀이 농촌진흥청과 공동 수행한 ‘알츠하이머 질환 연구모델 형질전환 돼지 생산기술’이 최근 미국 특허를 획득했다. 인간에게 치매를 유발하는 주요 유전자 3개(APP, PSI, Tau)를 모두 가진 복제 돼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완전체에 가까운 치매 돼지의 생산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라고 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연구에 제주의 토종 자원인 제주흑돼지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미 특허 출원된 미니 돼지를 연구 대상으로 할 경우 한 마리에 300만원 가량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다. 제주흑돼지는 특허 등록이 되지 않아 이런 면에서 자유롭다.

치매 복제 돼지는 행동학적으로 전형적인 치매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식수통의 위치를 잊은 채 배회하거나, 자신의 먹이통에 배설까지 했다. 흔히 돼지는 더럽고 지저분하다고 여기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깨끗한 환경을 좋아해 돈사 안에서 일정한 장소에만 배설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대한민국은 2017년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발병률이 10% 수준을 넘어섰다. 10명 중 최소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제주지역은 이보다 높은 12%에 이른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들은 서양인보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취약하다는 학계의 보고도 있다.

치매 복제 돼지 탄생이 돼지꿈처럼 반가운 이유다. 치매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