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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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햇빛이 지면에 내리쬐면 30% 정도는 반사된다고 한다. 바다 표면에서는 70% 정도가, 북극이나 남극의 얼음 표면에서는 80% 정도가 반사된다. 요즘은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린다. 그렇게 녹아내리는 만큼 태양광의 반사율은 떨어지게 된다. 반사율이 떨어지는 만큼 지표는 태양열을 흡수하게 되고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 기후는 더 불안해지게 된다.

2010년의 통계자료에,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평균수명은 36세라고 했다. 그러니까 의사가 절대 필요한 나라인데, 그 나라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들 75%가 이민을 가버린다고 했다. 정치적 혼란 때문에, 에이즈 비율이 아주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도 돈벌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나라에 반드시 필요한 의사들이 떠나고 마는 것이다. 이민가는 의사들 대부분은 잘 사는 나라로 이민가게 된다. 잘 사는 나라에는 잘 사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못사는 나라는 점점 더 못살게 되는 희망없는 구조가 되어가는 셈이다.

그런데 고학력자들이나 부자들이 몰려든다 해서 그런 나라의 미래가 밝은 것이라고, 그런 나라에 진정한 희망이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간단히 말하기는 어렵다.

인도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1970년대 중반에 영국으로 돌아간 선교사가 이런 글을 썼다. 인도에서는 당장의 현실은 어려워도 앞으로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그런데 영국에서는 희망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영국의 상류층 젊은이들이 인도로 가서 인도인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영국에서 사라진 희망을 인도에서 찾으려던 영국인 젊은이들이 꽤 많았다는 것이다.

그 젊은이들이 인도에서 어떤 희망을 찾았다고 해도 그런 희망은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인도의 환경이 나아지게 되면 인도 역시 영국과 비슷하게 변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 사람들도 “우리의 삶이 점차 나아지리라”는 분위기 속에 한동안을 살았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영국못지 않은 선진국처럼 살아가게 되었다. 어느새 우리도 희망이 안보이는 영국 쪽으로 옮겨오게 된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 땅에는 희망이 없다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다.

“지식이 파괴된 후에 희망이 건설되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인간의 경험과 합리적 지식으로는 더이상 희망을 말할 수 없게 된 때부터 진정한 희망에 대한 관심이 싹트기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희망은 햇빛을 닮았다. 어두운 진흙탕에 햇빛이 비쳐오면 그 표면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그런 희망은 별빛을 닮았다. 어두움이 충분히 깊어져야만 밤하늘의 별이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갈등으로 우리 사회가 거친 진흙탕이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자신이 곧 희망인 것처럼 외치던 정치를 비롯한 제반 분야에 어두운 좌절감이 깊이 자리를 잡아간다. 그런 진흙탕과 그런 어두움 위로 이제까지와는 무언가 다른 희망의 빛이 비쳐야 하지 않겠는가? 표면적인 변화나 인간적 성취를 넘어서는 보다 궁극적인 정신세계와 관련하여 희망을 적극적으로 논해야 할 시기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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