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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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전애, 변호사/논설위원

추석을 맞아 부모님과 베트남 다낭에 다녀왔다. 인터넷에서는 우스개 소리로 ‘대한민국 다낭시’라고들 하더니, 실제로 호텔도 식당도 관광지도 한국인이 90%는 되어 보였다.

다낭의 호텔과 식당들은 생각보다 훨씬 깔끔했고, 일하는 사람들도 베트남 특유의 해사한 미소를 장착한 친절함으로 중무장되어 있었다. 밥을 먹어도 무엇을 해도 돈은 한국에서의 반도 들지 않았다. 쉬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의 마음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그렇게 보니 다낭은 어디를 가도 한 건물 건너 공사 중이었다. 다낭 전체가 공사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다낭의 핵심 개발지역인 미케비치 쪽은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다리조차 연결되지 않은 정글이었다고 한다. 20년 사이 어마어마한 개발의 광풍 속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숙박시설들이 들어섰고, 지금은 그보다 많은 시설들이 공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개발의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는 것일까. 다낭의 관광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해변가 미케비치는 해변을 빽빽이 채운 수 많은 고층 호텔의 그림자로 바닷물에 들어가도 햇빛이 닿지 않을 정도였다. 해발 1500m의 바나힐 산 꼭대기까지 케이블카가 연결되어 있었다. 다낭 시내에는 고도제한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엉망인 스카이라인이 있었다.

어딘가 또 유명한 관광지가 생기고, 다낭이 인기 휴양지에서 밀려나게 되면, 이 개발광풍이 지나가면 이 아름다운 다낭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제주는 현재 어떤 상황이라고 봐야할까. 여행을 가서 어줍잖게 마음이 착잡해졌다.

필자는 제주MBC에서 방송하는 ‘시사진단’이라는 프로그램에 최근 1년 넘게 고정출연하면서 제주의 현안들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간 방송에서 다룬 현안들의 쟁점을 전반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공통점이 보인다. 개발에 대한 의견 차이. 협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 찬반으로 나뉜 팽팽한 대립 속에서 그 협의로 나아가기 위해 조율해줄 자의 부재.

필자의 생각으로, 이러한 불협화음을 야기한 결정적 계기는 제주가 ‘국제자유도시’가 되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제주특별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종전의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통하여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선언했다.

결국 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는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제주도민의 의견은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강정해군기지, 영리병원, 제2공항 갈등 등에 있어 제주도민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일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제주가 ‘국제자유도시’의 위치를 버릴 수 없다면, 제주도정에서는 각각의 개발허가에 대해 고민하기에 앞서 근본적으로 그 개발들로 인해 제주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큰 고민과 무엇보다도 분열된 도민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만드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명절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묻는다. “넌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제주에게 묻고 싶다. “넌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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