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의 원죄
제주시의 원죄
  • 양영철
  • 승인 200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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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는 제주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자치단체다.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고 뻗어가는 도로, 일년이 멀다 않고 조성되는 대규모 주택단지, 매년 각종 인프라 건설 등을 보면 제주시는 정말 잘 나가고 있는 도시다.

잘 나가는 것도 죄인가
이 잘 나가는 성적표가 제주시의 면적은 고작 제주도 면적의 13.8%에 불과한데 인구는 제주도 인구의 53%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면적이 똑같은 서귀포시의 인구가 제주도 인구의 15%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제주시의 인구 집중 현상이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지역)이 면적은 전 국토의 11.5%밖에 되지 않는데 인구는 43%가 집중되어 있다고 하여 난리인 점을 고려하면 제주시 인구 집중은 커다란 문제를 낳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니 벌써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시장이 주차와의 전쟁을 선포하여 모든 공무원을 야간에 동원하고 있지만 밤 11시 무렵에는 시청 길 왕복 6차선 중 4차선은 주차선으로 변하고 한마디로 아우성이다. 광양로터리, 노형로터리 등 웬만한 로터리에서는 오후 되면 보통 3~4번의 신호등을 받아야 겨우 통과하게 된다.

그 아름다운 녹지는 어느 날 대소형 아파트와 원룸, 다세대 건축에 의하여 무참히 사라진다. 제주시의 시정목표가 자연과 사람이 함께 하는 도시인 점을 갖고 재단하면 현실은 시정목표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도시의 수준으로 보아도 매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제주시는 잘 나가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제주시의 삶의 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맏형의 역할론
제주시만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서귀포시를 비롯한 북제주군, 남제주군도 덩달아 나빠지고 있다. 제주시의 흡입력이 너무나 강해서 이 지역의 자본, 사람들이 제주시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가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현상, 그래서 결국 제주시도 점점 삶의 환경이 나빠지는 가장 최악의 순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시 집중화 현상, 소위 일극 집중화 현상이 제주도의 발전에 가장 큰 장애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제주시의 원죄론을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주시 집중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조만간 제주도의 발전은 물론 제주시의 발전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 제주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였으면 한다.

첫째, 성장관리를 하여야 한다. 현재에는 선진국 도시들이 이미 던져버린 무조건 성장을 하여 놓고 보자는 지극히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을 따르고 있다. 이제는 양적인 성장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비용만 과다하게 요구되는 지극히 비효율적인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관리는 물론 결국 제주시의 미래 모습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하는 장기적인 전략이 동시에 필요할 때다.

둘째, 지역 간 분업관리를 해야 한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는 아무리 혼자 잘 나가도 타지역이 못 나가면 그 불똥은 결국 제주시에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분업화해야 한다. 각 지역이 다른 지역과 중복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지역에 맞도록 특화를 하여야 한다. 특화에 합의하면 지금처럼 좋은 것만 보이면 무조건 유치하고, 시행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사업이 아무리 좋아도 타지역의 특화사업이면 넘보지 말아야 한다.

셋째, 협력하는 자세를 정립하여야 할 때다. 제주시 이외의 지역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 한정된 자원을 갖고 다른 자치단체와 악착같이 싸우는 모습에서 양보할 것, 도와줄 것, 협력할 것을 우선 찾아 나서야 할 때다. 그 지역이 어려운 것은 그 지역 지도자와 주민들 탓만이 아니라 제주시가 혼자 너무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그 원망도 즐겁게 들어주고 받아들여 실천하는 맏형의 역할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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