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공급과잉 경제구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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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MD헬스케어 고문/논설위원

불황의 그늘이 생각보다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의 물가 상승률이 1965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일부에서는 경기 침체 속에 물가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는 디플레이션 늪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보이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제주 지역에 살고 있는 개별 주민의 경제적 삶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인식은 지표상 제주 경기가 호황일 때부터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올해 초부터 제주에서는 전문가 토론도 벌이고 하면서 경기를 부추기기 위한 해법을 찾고 있다. 좋은 대책들을 기대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들이 일상적인 경기 순환기에 맞서는 대책일 뿐이기도 하다.

현재 제주가 당면한 모순된 경제 시스템을 바꿔, 제주에 사는 개별 경제인들이 성장의 과실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게 하려면, 뭔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제주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관광, 도·소매, 건설 등 전 산업에 걸쳐 공급 과잉이 쉽게 되는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해법은 제주 경제의 진입 장벽을 쌓아서 공급 과잉을 억제하는 데 있다고 본다.

관광 산업의 예를 들자. 관광객은 요즘 다소 주춤하나, 여전히 10년 전에 비하여 900만 명 이상 증가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규모 소매, 음식, 숙박업을 영위하는 보통의 제주인이 그동안 돈을 크게 못 번 이유는 분명하다. 관광객이 늘어나는 비율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로 음식점, 카페, 펜션 등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이 없어 순식간에 공급과잉 상태가 되어 버린다. 이런 공급 과잉 경제 시스템에서는 탁월한 경쟁력을 보유한 소수의 엘리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돈을 벌 수 없는 상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주변에 진입 장벽이 있는 곳이 많다. 대형 면세점 같은 것은 제한된 숫자만 허가해 준다. 이런 데는 찾아오는 사람이 조금만 늘어나도 경쟁자가 없으므로 큰 돈을 벌 수 있다. 성공한 기업들은 저마다 기술력이나 자본 등으로 진입 장벽을 만들어 스스로를 지켜내고 있다.

“제주 관광이 자연 환경을 주된 대상으로 한다면 그 사업에 있어서의 영업권은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필자가 본 난을 통해서 일관되게 주장해 온 바이다.

이러한 ‘우선적 영업권’ 에 대한 인식이 제주 경제에 진입 장벽을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고, 진입 장벽은 공급 과잉을 조절할 수 있는 유력한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은 법률로 정할 수 있으면 구조적인 틀로 완성된다.

이를테면 ‘관광업을 위주로 하는 지역에서의 음식점이나 숙박, 운수, 도소매 판매업 및 기타 법인을 영위하려는 사람은 해당 지역 거주의 요건을 둘 수 있다’는 조항을 법규에 넣을 수만 있다면, 이후 조례로 상세한 조항(예: 10년 이상 거주)을 넣어 제주 경제의 진입 장벽을 만들 수 있고 이는 공급 과잉을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된다.

공급 과잉은 추가적인 소중한 자연 환경의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진입 장벽은 국가 경제의 과잉경쟁을 막아,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고 지역 상권을 보호하는 명분도 있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때가 가장 빠른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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