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의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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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국장

‘삭발’(Tonsure)은 큰 가위를 뜻하는 라틴어 ‘Tonsura’에서 유래됐다. 삭발의식은 초기 기독교의 수도자들에 의해 시작됐다고 전해지는데 성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가르침을 받다가 성직에 적합하다고 결정된 남자들에 한해서 엄격한 명령에 따라 행해진 의식이었다.

이렇게 발전된 삭발식의 전통은 7세기까지 가톨릭 교회에서는 일상적인 일로 여겨지고 행해졌다.

이후 형태는 달랐지만 삭발의식은 1972년 교황 바오로 6세가 이 제도를 폐지할 때까지 지속됐다.

▲최근 한국사회에 때 아닌 삭발 열풍(?)이 불고 있다. 삭발은 과거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야당 정치인과 학생들의 투쟁 수단이었다.

또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자신의 삶을 지키고,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여겨졌다.

100석을 넘는 의석을 보유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같은 당 국회의원들의 릴레이 삭발은 어떻게 봐야 할까.

‘조국 정국’에서 비롯된 이 사태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구태라는 비아냥과 함께 그냥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옹호도 있다.

비판의 목소리 중에는 야당이 싸워야 할 장소는 거리가 아닌 국회라는 것이 주를 이룬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민이 준 제1야당의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부여된 수많은 정치적 수단을 외면하고 삭발투쟁을 하며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황교안 대표의 모습은 한 마디로 지금 대한민국의 비정상의 정치를 웅변하고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투쟁은 명분이 뚜렷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의도도 순수해야 한다.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나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은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국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얄팍함이 있다면 국민들은 불편해하고,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불편함은 정치권이 결국 권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기들끼리 권력투쟁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다행히 여야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일정에 잠정 합의했다.

국회가 더 이상 정쟁의 장이 아닌 국민을 위한 민의의 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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