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교육을 받은 관료들의 한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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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최근 김광웅 교수는 그의 저서 ‘좋은 정부’에서 좋은 대학에서 훌륭한 교수의 강의를 듣고 열심히 공부했던 엘리트(elite)교육을 받은 사람, 즉 소위 ‘엘리트’가 관료사회에서도 가장 유능하고 성공적인 인재로 평판(評判)받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큰 오산(誤算)이라고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가지 이유에서 역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엘리트교육을 받은 자일지라도 사회 활동에 능동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공부 잘해 남보다 잘 나간다’는 사람일수록 타인과의 소통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엘리트들은 아집에 휩싸이는 것을 즐기며 자신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자신은 대단히 어려운 공부를 많이 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값어치, 즉 자신에 대한 평판이 엄청날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사람에 값을 매긴다는 것은 여간 쉽지 않지만 그렇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의 몸값에 대한 값어치를 보험금으로 환산한다. 그럼에도 일반 대중 누구든지 특정 엘리트가 정부 또는 자치정부의 고위관료직의 어느 자리에서도 엘리트적인 능력을 십분 잘 발휘해 나갈 것이라고 쉽게 예단(豫斷)해 버리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이런 사례로는 대통령이 사법개혁의 최적임자로 여러 논란의 와중에서 특정 엘리트를 법무부장관으로 낙점한 경우나, 5년 전에 제주도민이 ‘서울대 출신으로 입학시험 수석과 사법시험 수석을 차지했던 3선 국회의원 정치인 원희룡’을 도지사로 뽑았던 것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엘리트 중 상당수는 저마다 자신이 잘 났다며 아상(我相), 즉 자신의 학문 또는 배움을 크게 자랑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데에 이력을 더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진작 이들이 갖추어야 할 것은 참된 모습으로서의 진상(眞相), 참된 자아로서의 진아(眞我)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이들은 일찌감치‘진상’과‘진아’를 갖추는 것을 아예 포기해 버리기 일쑤다. 왜냐하면 그럴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들의 외형적 화려함을 높이 사서 언제나 그들을 우대하고 고관대작의 길로 안내해 주기 때문이다.

둘째로 엘리트들은 아이디어에 대한 열정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작은 것은 엄격히 따지며 잘 기억해 낸다. 이들은 좌 뇌(左腦)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언어나 논리에서 상대방을 압도한다. 전면적 통제를 추구하는 것을 즐기고 기술적 충동에 따르는 관료주의적 성향을 짙게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소소하고 복잡한 법규(法規)를 만드는 것을 능사로 여긴다.

좌뇌를 앞세우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기존 문화를 잠식해간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정답을 골라내는 머리는 좋지만 큰 그림, 깊은 생각, 멀리 보는 여유 등의 혜안은 범인(凡人)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결핍되어 있다.

셋째로 엘리트들은 작은 일에 집착한다. 모든 공직자들은 물론이고, 특히 고위 공직자들은 크게 생각하고 진위를 제대로 가릴 줄 알며,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과 국가와 정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최근 한 엘리트인사의 법무부장관 발탁 과정에서 드러난 시비(是非)거리로 사퇴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차선책이 절실해 보인다. 바라건데 누구든 “정부의 법과 제도는 모두 국민의 것”임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점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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