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과 거절’
‘부탁과 거절’
  • 제주신보
  • 승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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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생각 사용 설명서’(정신과 전문의 전현수 저)는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적은 노력을 투자한 끝에 최근에 나름의 책거리를 하는 기쁨을 맛봤다. 저자는 건강한 정신을 위한 18가지를 조언하는 것으로 책의 말미를 장식했다.

그중에서도 ‘부탁과 거절’ 부분에 눈길이 갔다. 사람 사는 세상에 이에 자유로울 수 없고, 여기서 인간관계가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사정 저 사정을 꺼내 적이 있을 것이고,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마음으로 ‘예’나 ‘좋아요’ 했다가 곤경에 빠진 적도 있을 것이다.

고수(高手)에게 한 수를 배워볼 요량으로 정독했지만, 몸으로 체득할 자신은 없다. 이런 묘수도 있구나 하는 선에서 수용하기로 했다.

▲부탁(付託)은 어감 자체도 무겁다. ‘맡길 부(付)’와 ‘의지할 탁(託)’이 결합한 것으로, 그 속에는 사정(事情)과 당부(當付)의 의미가 담겨있다. 꼭 상대가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부탁을 받는 쪽에서도 부담이다. 처음엔 난감해했다가도 절박하게 다가오면 뿌리칠 수 없다.

거절(拒絶)은 ‘막을 거(拒)’와 ‘끊을 절(絶)’의 합성어로, 남의 제의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치는 것이다. 쌀쌀함과 냉정함이 배어 있다. 이를 과감하게 실행하는 이는 상대로부터 ‘냉혈한’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간의 쌓은 정마저 한순간에 녹아버릴 수 있다.

어떻게 해야 부탁과 거절로부터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저자는 ‘부탁과 거절에 자유롭도록 노력하라’라고 했다. 새가 잘 날기 위해선 깃털이 가벼워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부탁은 자기 형편이나 상황을 상대에게 알리는 수준이어야 한다. 부탁을 “해달라고” 하는 것으로 비치면 하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모두 힘들어진다.

거절도 마찬가지다. 내가 못 들어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형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알리는 쪽으로 선회하면 된다. 자신의 입장을 고려해 거절하지 못하면 서로에게 결과가 좋지 않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몇몇 대학교수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는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수사의 초점은 각종 증명서 등의 발급 과정에 누구의 부탁이 있었는지 여부다. 부탁과 거절이 작용했는지, 아니면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장관의 집까지 압수수색을 했다. 점입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