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행정이 말하는 곶자왈 관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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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은 제주 생태계의 허파다. 다양한 식생으로 이뤄진 숲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인간에게 ‘열 쾌적성’도 선사한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림아열대연구소와 제주대 박수국 교수팀이 제주시 한경곶자왈에서 온도를 측정한 결과, 인근의 주거지보다 평균 12도 떨어졌다. 그만큼 열을 식히는 데 탁월하다.

화산암으로 이뤄진 지질 구조는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게 하는 통로 구실을 한다. 동시에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저장하는 대형 탱크이기도 하다. 여기에 국내에서 몇 곳밖에 없는 ‘특이생육지’이기도 하다. 이런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면도 있다. 스펀지처럼 빗물 흡수가 좋아 각종 오염물질이 유입할 경우 지하수의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곶자왈 보호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곶자왈사람들이 최근 현장 조사를 통해 도민들에게 고발한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의 곶자왈 상황은 실로 심각하다. 곶자왈에 대한 행정의 둔감성을 엿보게 한다. 대정읍 청사 재건축 과정에서 나온 토석 등을 모아둔 야적장과 한국환경공단 제주지사의 폐비닐 집하장은 언뜻 보면 쓰레기 하치장인가 착각할 정도라고 한다. 예전에 이곳에 들어섰다가 철거된 무허가 양돈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판단이 든다.

이런 비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지하수 오염 우려 때문이다. 또 다른 곶자왈은 빗물이 통과하기 쉬운 투수성(透水性) 구조임에도 영농폐기물 집하장이 들어서 있다. 폐농약병과 농약 봉지, 비료 포대 등이 수북하다. 생태계와 지하수자원보전 2등급 지역의 모습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제주도 조례엔 2등급에는 지하수 보호를 위해 폐수 배출시설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행정은 해당 지역의 폐기물을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하고, 관련 시설물을 철거해야 할 것이다. 곶자왈 보호·관리에 대한 도민 홍보를 강화하기 전에 공직 사회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도민들 사이에서 “행정이나 잘하세요”라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곶자왈 관리 시스템도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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