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간(八姦)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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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팔간(八姦)은 제왕학과 통치술의 명저인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말이다. 신하 또는 주변 인물이 저지르는 8가지의 권모술수를 일컫는다.

잠자리를 같이하는 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동상(同床)을 비롯, 곁에 둔 측근인 재방(在傍), 친인척을 이르는 부형(父兄), 자신의 기호와 욕망을 채우다 재앙을 일으키는 양앙(養殃), 공적인 재물을 허투루 쓰는 민맹(民萌), 교묘한 언설로 판단을 흐리는 유행(流行), 위세를 빌려 권력을 휘두르는 위강(威强), 주변국의 세력을 빌리려 드는 사방(四方)이 그것이다.

팔간에 휘말리면 군주는 자멸에 이른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들이 명심하고 경계해야 할 일들이다. 하지만 인간의 귀는 엷고 눈은 멀리 보지 못하는 법이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서울대 교수를 지내던 2003년 신임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비자의 ‘팔간’을 인용해 고언을 올린 한 언론사 시론이 재조명되는 모양이다.

조 장관은 당시 한비자가 군주에게 악이 되는 여덟 가지 장애로 열거한 ‘팔간’을 예로 들며 “‘입속의 혀’ 같은 대통령 측근들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특히 “유창한 변설로 이익을 관철시키는 사람을 경계하라”며 마치 16년 뒤 자신의 모습을 예견한 듯한 조언을 건넸던 걸로 드러나 눈길을 끈다.

일간지에 실린 이 기고를 당시 노 대통령이 읽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허나 오늘날 조 장관의 처지는 어떤가. 부인은 기소되고, 딸과 아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5촌 조카는 구속됐다. 심지어 가족펀드에선 부패의 악취가 진동해 본인도 소환될 운명이다.

▲2200년 전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한비자가 설파한 팔간은 통치자들이 늘 살피며 뿌리쳐야 할 교훈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국 장관의 행보는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대내외 접촉을 줄이며 자중하기는커녕 ‘검사와의 대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보통 때라면 박수받을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지 싶다. 자신의 불안한 입지를 다지려는 정치적 의도가 뻔히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팔간’의 요체는 가까운 이들이 군주를 돕기도 하지만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거다. 오늘날 나라의 인재를 부리는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천하를 다스림은 군자가 여럿 모여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것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는 옛말을 잘 새겨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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