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의 사진에 숨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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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는 해녀를 두고 “등에 관 지고 물질하는 제주해녀”라 한다. <서울의 품에 제주를 담다>라는 제주해녀 사진특별전(서울제주균형발전위원회, 회장 강대성)의 한 사진 밑에 붙은 설명이다. 해녀가 바다에 뛰어들어 오리발과 테왁만 보이는 사진이었다. 흑백 사진으로 제주 해녀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한 작가 양종훈(상명대)은 “해녀들의 모습이 전쟁터로 출정하는 군인 같다.”라고도 했다. 바다는 가족의 생존을 해결하게 하는 터전이요, 단숨에 삶을 빼앗아 버리기도 하는 사선이기도 했다. 그래서 해녀가 바다에 나가는 것을 ‘칠성판(관)’을 타고 명정포 덮고 다니는 것에 견주었다. 바다에 들어 “혼 질 두 질 들어가난/ 저싕질(저승길)이 왓닥갓닥(오락가락).”이라는 <해녀노래>도 남았다.

애월읍 고내리 해녀 열두 분의 거대한 사진들이 서울시청 시티갤러리를 채웠다. 작가는 사진 찍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해녀들을 달래어 삶의 풍파를 세차게 뚫고 나온 해녀의 주름살과 살뜰한 미소들을 담아냈다. 양종훈 교수의 입담과 고향에 대한 사랑이 이런 대작들을 만들어 내게 했을 것이다. 자기 몸보다 더 무거운 소라며 전복을 담은 망시리와 테왁을 등에 메고 검은 바다에서 나오는 사진은 압권이다.

그런데 사진이 너무 아름답다. 함께 관람한 후배는 해녀들의 삶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나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고 싶었던 모양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2016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해녀문화는 머지잖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해녀들의 생명줄인 제주 바다가 오염되어 가기 때문이다.

해안가의 무분별한 개발로 바다의 오염은 심각해져 사막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호해수욕장 부근의 대규모 매립공사 때문에 바다의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강정천 일대의 해군기지 방파제 시설로 인해 퇴적물이 쌓이고 그에 따라 해조류가 죽어간다. 하수종말처리장이 제대로 된 처리를 하지 못해 바다는 썩고 있단다. 구좌읍 월정리 해녀들은 동부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오수로 바다가 썩고 있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런 문제는 왜 일어나는가? 제주가 망가지건 말건 관광객들을 한없이 유치해 돈 버는 데만 혈안이 된 자본가들이나 권력집단 때문이다. 최근 관광의 최대 수혜자는 신라와 롯데 등이 운영하는 면세점이고, 국토부 산하 기관인 JDC가 운영하는 공항면세점이라고 한다. 가계를 이끌어야 할 제주의 중장년층들은 소득은 적은데 빚만 늘어나는 고통을 겪고 있다는데, 소수의 자본가들만 더 많은 이득을 챙긴단다. 여기에 원 지사가 이끄는 제주도정은 제2공항을 짓겠다고 하고, 온갖 난개발 계획을 부르짖는다.

“물 위는 비단 빛, 물속은 공단 빛이라고 물속 경치는 언제 보아도 아름다웠다. 해류에 너울거리는 해초 숲, 배꼽 밑을 스쳐가는 잔고기 떼, 햇빛 무늬들이 어룽거려 오색으로 빛나는 바위와 돌. 그 아름다운 경치 속에 가슴 뛰게 하는 비밀이 숨어 있었다.”(현기영 소설 <거룩한 생애>)는 해녀 ‘간난이’가 본 제주 바다는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양종훈 작가의 아름다운 해녀 사진들 너머에 쓰라린 상처, 풀어야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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