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자동 물갈이 법’
‘공공기관장 자동 물갈이 법’
  • 제주신보
  • 승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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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조국 정국’ 와중이라 여론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의미 있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일명 ‘공공기관장 자동 물갈이 법’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공공기관장의 임기도 동시에 종료하자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 등 민주당 소속 18명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대통령 또는 주무 기관의 장이 임명하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장은 임명 당시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는 경우 그 임기가 만료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공공기관은 129곳이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정부 부처가 관리하는 공공기관도 상당하다. 기획재정부 산하에만 339곳에 이를 정도다.

▲현재 공공기관 법은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면 ‘허명의 문서’나 다름없다. 새 사람을 임명하려는 집권 세력과 임기를 마치려는 기관장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마찰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법안이 더욱더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기시감(旣視感) 때문이다. 예전 제주도정의 정권 교체기가 떠올라서다. 연속 집권 때에는 문제없었으나,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마다 인사 홍역을 치렀다. ‘인위적인 물갈이’가 단행됐고, 이를 둘러싼 갈등과 논쟁으로 도민사회가 분열했다. 법정 싸움으로까지 비화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악착같이 찍어 내리려는 쪽도 문제였지만, 이 악물고 버티려는 쪽도 비호감이었다. 도민들이 보기엔 모두가 ‘낙하산’이었다. 단지 ‘신(新)’이냐 ‘구(舊)’이냐는 식으로 연식에만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CEO로서 전문성도 ‘오십보백보’ 피장파장이었다.

도민만 피곤했다. 일각에선 ‘공공기관장 임기도 도지사와 같이 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신 그룹을 공공기관장 등에 발탁하는 것을 용인하고, 이전 정권 출신의 기관장에 대해선 군말 없이 자리를 내놓게 하자는 것이다.

▲제주도 산하 공공기관은 15곳에 이른다. 여기에 이들 기관보다 연봉이나 중량감면에서 떨어지지만, 제주도의 입김이 작용하는 기관단체도 수십 곳에 달한다. ‘공공기관장 자동 물갈이 법’을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논의했으면 한다. 대개가 선거에서 이기면 독식하며 코드 인사를 하고 있다. 같이 보따리를 싸는 것도 인간적인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