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부지역에 동전 크기 우박이 쏟아지면서 농작물과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1일 제주지방기상청과 지역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9시께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와 종달리, 하도리, 송당리 등 제주 동부 일부 지역에 우박이 내렸다.
약 10분간 쏟아진 우박은 동전 500원 크기로 주차된 차량 선바이저를 파손할 정도로 위력이 강했다.
구좌읍 세화리에 거주하는 주민 정의준씨는 “우박 내리는 소리가 마치 총소리 같았다”며 “우박이 내리는 시간동안 통신과 전기가 끊겼고, 잔디 마당에 물이 들어찼는데 마치 얼음물처럼 차가웠다. 생전 처음 겪는 이상기후에 무척 당혹스러웠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이날 쏟아진 우박으로 인해 구좌지역 대표 밭작물인 당근이 이파리가 찢어지고 뿌리가 파헤쳐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제주도는 구좌읍을 중심으로 약 250만㎡ 규모 농작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현재 정확한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앞서 2차례 가을 태풍으로 인해 농작물 생육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우박이 쏟아지면서 피해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제주 남쪽 해상에서 북상 중인 제18호 태풍 ‘미탁’이 밀어 올린 따뜻한 공기와 제주 상공에 위치해 있던 차가운 공기가 만나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우박이 쏟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따뜻한 공기 위로 찬 공기가 올라가는 상하운동이 발생, 지상 가까이 위치해 있던 수증기가 얼음이 된다”며 “이 얼음이 녹기 전 상승기류가 약해지면 지상으로 떨어지는 우박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내륙지방에서는 가을철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제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며 “다만 기온이나 기상조건이 갖춰진다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