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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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부자를 가리키는 용어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우리 선조들은 돈보다는 벼를 얼마나 거둬들이느냐로 부자를 구분했다. 한석은 벼 한 섬, 쌀로는 두 가마니를 뜻하니 천석꾼은 1년에 쌀 2000가마, 만석꾼은 2만가마를 수확하는 셈이다.

오늘의 부자는 금융자산이 10억원 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서양식으로 계량화된 금융자산 기준으로 개념이 바뀐 거다. 서양에선 100만달러 이상 부자를 ‘백만장자 밀리어네어(millionaire)’나 10억달러 이상 큰 부자를 ‘억만장자 빌리어네어(billionaire)’라 부른다.

천석꾼은 나라가 내리고, 만석꾼은 하늘의 뜻이 닿아야만 된다고 했다. 1930년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천석꾼은 750명, 만석꾼은 40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한국의 부자가 32만3000명에 이른다는 소식이다. 국내 한 금융기관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 한국 부자 보고서’ 내용이다. 1년 새 1만3000명 불어났고, 전 국민의 0.6% 수준이라 한다.

흥미로운 건 이들 중 4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절반 이상(54%)이 자신은 부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월평균 소득(1900만원)과 지출(1040만원)이 일반 가구의 4배가 넘는 수준인데도 그랬다.

그러면서 대체로 자산이 50억원은 넘어야 부자라고 판단했다. ‘부자’라고 할 때 떠오르는 금액을 50억원으로 꼽은 이가 23%로 가장 많았고 이어 100억원(18%), 30억원(17%) 순이었다. 평균치가 67억원인 걸 감안하면 이 정도는 돼야 부자로 인정받을 듯하다.

▲한자의 ‘가난할 빈(貧)’자는 재물(貝)을 칼(刀)로 잘라 나눈다(八)는 의미다. 살림살이가 궁할 수밖에 없다. 반면 ‘넉넉할 부(富)’자는 집()에 술독()이 가득할 정도로 재물이 넉넉하다는 뜻이다. 옛말처럼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로 읽힌다.

세상의 기본 윤리는 하루 아침에 변하지 않는 법이다. 부유하되 교만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음덕도 쌓아야 한다.

세계적 갑부 빌 게이츠가 대부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워런 버핏과 마크 저커버그도 재산 99%의 기부 의사를 밝힌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랜 세월 나눔의 철학을 이어온 경주 최부잣집처럼 우리 사회도 이런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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