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을 근심케 하는 해양쓰레기의 정체
가을하늘을 근심케 하는 해양쓰레기의 정체
  • 제주신보
  • 승인 201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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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초빙교수/논설위원

지난봄, 우리 동네 보목 바다에서는 미역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마치 촐왓(목초지)처럼 무성하게 누워 자라던 미역들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미삭헌(많은) 메역이 다 어디로 가신고 이?’하면서, 어머니는 실종된 미역의 안부를 묻고 또 물었다. 그 봄이 지나고, 여름도 지나고, 이제는 가을이 됐건만, 여전히 ‘미역이 났느냐’고 되물으신다. 97세 어머니는 왕년의 해녀회장이다. ‘애기짐광 메역짐은 베여도 안 내분다(아기짐과 미역짐은 무거워도 안 내버린다)’는 어머니. ‘그 메역 덕분에 2남7녀를 학교마당에 보냈다’고 자부하는 상군좀수는, 태풍에 떠밀려온 미역도 소중하게 간수한다. 어쩌면 어머니의 미역 사랑은, 그 시절 미역을 기리는 애틋한 예의리라. 어쨌거나 그 많던 미역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난 여름, 보목마을 해녀들은 성게를 채취하지 못했다. 6∼7월이면 해녀들이 망실이 가득 잡아 온 성게를, 남편들이 어깨에 메고 운반하는 게 동네의 풍속도다. 어느새 성게 주위에 잽싸게 모여든 식구들은 ‘섶섬이 보이는 풍경’의 수채화가 된다. 그럼에도 미역이 사라져버렸으니 성게인들 어떻게 알을 배어낼 것인가. 혹자는 작년의 성게들이 미역밭을 초토화시켜 씨를 말렸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해양 오염이 성게 문제의 주범임을 확신한다. 바람이 세게 불면 어김없이 밀려오는 청각을, 올해는 그 잦은 태풍에서조차 구경할 수 없어서다. 청각은 사슴뿔처럼 생겨서 ‘바다의 녹용’이라 불린다. 수심 1∼20m의 바위에 붙어 자라므로 태풍에는 깊은 바다의 것들도 해안으로 밀려든다. 관련 연구를 보면, 먼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곳에서 서식한다. 말하자면 청정바다의 메신저란 얘기다. 그런데 그 격렬했던 태풍 미탁에도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니, 바닷물의 청정도에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사실 ‘청정 제주바다’에 대한 의심은, 지난봄부터 시작된 집 앞의 해안가 청소에 기인한다. 3계절 동안 섶섬 앞 200여 m 해안에 밀려온 쓰레기를 분석한 결과, 비교적 유의미하게 발견된 것이, ‘표착 쓰레기의 종 다양성’이다. 참고로 해양쓰레기는 해저·표류·표착 쓰레기로 분류된다. ‘2018 국가해안쓰레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수거된 쓰레기는 플라스틱 59%, 유리 19%, 목재 12% 등으로 구성된다. 이는 제주시의 김녕과 서귀포의 사계를 표본으로 한 수치다. 하지만 보목의 경우를 보면 유리보다 스티로폼 비중이 높고, 대부분이 어업관련 용구다. 플라스틱도 부피와 무게 면에서는 부이·그물·밧줄·어구 등 어업관련이 더 많다. 해양쓰레기의 절반은 어업의 책임임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주사기·수액용기·링거줄 등 병원 쓰레기가 밀려들 때면 의료 폐기물의 해양 투척을 의심케 된다. 이들 쓰레기 주위에는 특이하게도 동전 모양의 해파리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때에 생긴 피부병으로 인해 해양쓰레기의 양뿐만 아니라 질의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 보목바다 인근의 문섬과 차귀도에서 해저 쓰레기를 수거한 김병일 회장은 엄청난 분량의 납 봉돌과 중금속에 오염된 물고기를 걱정한다. 정방폭포 인근의 자구리 바다 밑에는 축구장 2개 면적의 쓰레기가 쌓여 있단다.

어쩌면 이 가을엔 또 다른 태풍이 올라올 조짐이다. 지난 태풍 링링에는 폐어구, 타파에는 건축폐기물, 미탁에는 옷가지가 선두를 달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다가 생성할 수 없는 인공물이란 사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바다를 바라보면 원인자 부담금이 떠오르고, 하늘을 쳐다보면 ‘내가 치우자’는 염려가 발동한다. 아하, 가을 하늘이 공활한 건 바다를 품은 까닭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