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전선 지중화, 아예 손놓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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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유네스코 3관왕에 뽑힐 정도로 빼어난 자연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를 해치는 주범 중의 하나로 탁 트인 경관을 가로막는 송전탑과 전신주가 꼽힌다. 전선을 땅 아래 묻는 지중화(地中化)가 해법인데 정작 현실은 거꾸로다. 지난 5년간 제주에서 진행된 전선 지중화 실적이 전국에서 가장 저조하다니 하는 말이다.

한국전력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송전선로 지중화율은 35.3%로 전국 평균치를 웃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지중화 사업이 도외시되면서 진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4년 35.9%와 비교했더니 작년 지중화율이 외려 0.6% 줄어 전국서 가장 높은 감소치를 보인 것이다. 이 기간 전선 지중화 사업도 2018년 1건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예산도 59억원에 그쳐 경기 5606억원, 서울 1083억원 등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지중화는 주민 안전과 도시 미관을 위해 거미줄처럼 뒤엉킨 전선을 땅에 묻고 전신주를 철거하는 걸 말한다. 필수 사업인데도 한전은 적자를 이유로 자체 지중화를 전면 중단한 채 선로 신설 땐 지상 전신주 공사만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주무기관의 행태가 이러니 앞으로 그 많은 지중화사업을 어찌 추진해나갈지 걱정이다.

그러잖아도 제주는 매년 전력사용 증가로 추가 송전선로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곳곳에 지중화 대신 전신주가 늘 수밖에 없다. 환경 훼손이 우려됨은 물론이다. 근래 애조로 일대에 전신주 140여 개가 빽빽이 들어서면서 주변 풍광을 해치는 상황도 한 예이다. 제주의 특성을 이리 무시해도 될 일인지 탄식이 절로 나온다.

전선 지중화는 통상 지자체와 한전이 공사비의 50%씩 부담한다. 허나 지금처럼 한쪽이 방임하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로선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선 양 기관이 협력체계를 구축해 단계별 정비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만큼 중앙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전선 지중화는 도시 디자인 측면에서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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