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제주-독서마라톤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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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전애 변호사/논설위원

‘2019 우당 독서마라톤대회’ 참가 후기 시리즈 그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

지난 두 번의 글에서도 밝혔지만, 필자는 지인들과 4명이 팀을 이루어 독서마라톤대회 단체전 풀코스에 출전하였다. 4명이 3개월 여간 2만 페이지를 읽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당 5000 페이지 이상을 읽어야 했고, 일주일에 한 권 이상 씩은 책을 읽게 되었다.

결국 우리 ‘생각정거장’팀은 올해 우수 완주자로 선정되어 얼마 전 개최되었던 ‘2019 제주독서문화대전’에서 제주시장님 상까지 받게 되었다. 왜 ‘독서달리기’가 아닌 ‘독서마라톤’인가 의아했는데 세 달 이상을 꾸준히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도서관 홈페이지에 독후감을 올려야 하기에 역시 달리기보다는 마라톤이 맞는 표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전 세계에 파견한 무역관이 각 지역의 새로운 트렌드들을 간단하고 읽기 편한 브리핑 자료처럼 작성하여 이를 모아 발간한 ‘2019 한국이 열광할 세계트렌드’라는 책이 있는데, 이번 독서마라톤에서 읽게 되었다.

필자는 이 책을 읽고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는 세상에 맞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필자의 직업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그리고 변호사 업계를 넘어 사법체계의 변화에 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언론에서는 미래에 AI가 판사와 변호사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사법행정의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대표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은 몇 년 전부터 전자소송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발암물질로 치부될 정도로 느리고 자주 다운되어 필자의 사무실에서는 서면을 법원에 제출하는 용도와 송달 과정에서만 활용해왔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렇게 전자소송을 피하다 보니 실제 재판에 나갈 때는 변호사들이 수십년간 그러했듯 여전히 종이로 프린트해 책 형태로 만든 서면을 사용해 왔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싫든 좋든 어쨌든 트렌드를 배우는 것을 넘어 익숙하게 해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재판에서 사용할 전자소송용 태블릿을 구매했다. 트렌드를 배우는 것도 피곤한데 심지어 돈이 든다는 생각도 씁쓸하기는 했지만 ‘미래형’ 변호사가 되려면 어쩔 수 없기는 한 것 같다.

막상 한 달여 태블릿을 사용해본 결과, 여전히 느리고 다운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재판을 준비하면서는 서면과 증거들을 따로 모아 볼 수 있어 편리한 부분들도 있었다. 마치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할 때의 불편함과 편리함을 동시에 느끼는 기분이랄까.

책은 읽다가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독자 스스로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고 다시 되돌아가 읽으며 곱씹을 수 있다. 유튜브는 재생되는 동영상을 시청자가 주체적으로 되돌려보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유튜브 한 편을 보고 나면 기억 나는 것은 거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이 마흔에 너무 구시대적으로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유튜브보다 책이 좋은 사람이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유튜브가 아닌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독서마라톤대회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우리 제주新보 독자님들도 내년에는 독서마라톤대회에 많이 출전하여 선의의 경쟁을 펼쳤으면 좋겠다.

제주시는 ‘책 읽는 제주’를 표방하고 있는데, 책 읽는 제주가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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