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노이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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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파블로프의 개 실험’과 ‘스키너 상자에서의 쥐 실험’으로 대표되는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자극 일반화’라는 용어가 있다. 어떤 자극에 반응이 성립됐기 때문에 원래 자극과 유사한 것에 대해서도 일반화되어 그와 같은 강도의 반응이 자동 발생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이 자극 일반화의 좋은 예다. 벌에게 쏘여서 된통 혼이 난 적이 있는 사람은 ‘붕붕’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벌인 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무엇에 한 번 놀래본 사람은 비슷한 일만 당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활에 상처를 입은 새는 활처럼 굽은 나무만 보아도 지레 겁먹고 놀라서 떨어진다. 이를 사자성어로 상궁지조(傷弓之鳥) 또는 경궁지조(驚弓之鳥)라고 한다.

▲요즘은 기상예보를 접하는 것조차 두렵다. 지난 8월 중순 가을장마 이후 3차례의 태풍과 우박, 돌풍 등으로 인한 피해가 커서다. 한해 농사를 망친 농가는 물론 관광업계까지 태풍의 ‘태’ 소리만 들어도 식겁할 지경이다. 본의 아니게 자극 일반화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8월 한 달은 첫 주만 제외하고 비였다. 제주로 불어닥친 태풍만도 3개다. 제13호 링링, 제17호 타파, 제18호 미탁까지 릴레이 경주하듯 왔다. 3연타석 태풍은 극히 이례적이다. 구좌읍엔 설상가상으로 우박까지 쏟아졌다. 우박은 내륙지방에서는 종종 있는 현상이지만 제주에서는 흔하지 않다.

이런 기상 요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곳은 아무래도 농촌이다. 수재(水災)와 풍해(風害)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폐작에 이른 당근, 감자, 양배추, 월동무 면적도 상당하다. 지난 주말 도심을 벗어나자 재파종하거나 다른 농작물을 심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관광업계에선 팔리는 것은 우산뿐이다고 할 정도다.

▲제19호 태풍 ‘하기비스(HAGIBIS)’가 괌 동쪽 바다에서 발생했다. 올해 태풍 가운데 가장 강하고 크게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현재로선 일본 규슈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안심할 수 없다. 해상과 육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필이면 또 주말이다.

기후 의례엔 가뭄에 비를 달라는 기우제, 비가 오지 말라는 기청제, 여름에 더운 날씨를 바라는 기서제, 겨울에 추운 날씨를 바라는 기한제, 눈을 내려달라는 기설제가 있다. 태풍은 예외다. 섭섭해서 그런가. 이젠 진정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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