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비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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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논설위원

처음에는 그의 현란한 말솜씨에 탄복한다.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꾸며대니, 설마 그가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가면서, 어제의 말과 오늘의 말이 다른 것을 이상하게 여기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사람들은 그가 하는 모든 말이 거짓임을 알게 되었다.

말은 진실을 말하기 위해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그에게 있어서 말이란 자기 자신을 꾸미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지금까지 그의 현란한 말솜씨에 속아 갖가지 피해를 입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이제 비로소 그의 이중적인 인격을 알고 나니, 입만 벌리면 거짓을 일삼는 그가 역겹다. 그동안 단 한 차례도 그를 의심한 적이 없었는데, 그가 우리에게 한 말이 모두 거짓이었다니, 그에게 농락당한 것이 분하다.

그의 추악한 행위가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이제 정신이 온전하게 박혀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그를 외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를 친구삼아 함께하거나, 심지어는 인사권자가 되어 그를 기용한 사람도 있다. 그도 또한 똑 같지 않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요즈음 뉴스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코미디보다 더 코믹하다고 하니, 뉴스가 더 코미디 같은 현실에 그저 웃고플 뿐이다.

처음에는 “내일은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을까?”하며 궁금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벗기고 벗겨도 끝나지 않는 거짓과 그것으로 야기되는 어지러운 현실이 두렵기만 하다.

멀리 있어서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베네수엘라가 지척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통일이라면 잘 사는 우리가 못사는 북한을 흡수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했더니, 혹 김정은의 주둥이에 우리 모두를 털어 넣는 것은 아닐까? 자손대대로 살아왔는데 이 땅이 우리 땅이 아닌가? 이러다가 이 땅을 떠나 능력껏 살 수 있는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것은 아닐까?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거리에 나서는 수많은 인파를 보면서 아직은 이민을 꿈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모든 것이 그저 착잡하다.

온갖 반칙이 난무한다.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상황을 안다면, 그것이 불의한 것임을 알 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그래도 좋단다. 그리고 단지 자기편이니 옳다고 한다. 도대체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나의 나라인가? 아니면 저들의 나라인가? 나는 저들과 다른 또 다른 무리속의 나인가? 왜 무엇 때문에 저들과 이렇게도 생각이 달라야 하는가?

그동안 나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치며 살았는가? 그것은 진정으로 옳았는가? 나도 나의 판단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도둑놈이 도둑질을 했는데, 그저 자기 집에 옮겨놓았지, 아직 쓰지 않았으니 도둑질이 아니라고 하고, 혹 썼다고 치더라도, 좋은지 나쁜지 자기가 먼저 써보고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했던 것이니, 결코 도둑질이 아니라고 변호한다. 변명하고 핑계를 대면서도 당당하니, 내 생각이 틀렸단 말인가?

잘못을 했으니 벌을 주어야 한다고 하면, 주장하는 너도 잘못했으니 자기가 한 잘못은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그 놈이 그 놈이다. 그래서 바꿀 수가 없다.

실력을 배양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사회참여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말만 앞세우는 소수가 말없는 다수를 지배한다. 그래서 ×판이다.

털을 불어 흠을 찾아 굴복시키려 하지만, 결코 흠을 찾을 수 없는 사람이 있고, 그의 손에 칼이 들려 있으니, 그래도 희망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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