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재회
첫사랑 재회
  • 제주신보
  • 승인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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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혼자만의 슬픈 비밀은 가슴을 저리게 한다. 땅으로 묻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나 이 또한 삶의 과정이요, 필연이다.

먼 길 온 손님은 화려하게 꾸몄지만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초년고생이 얼굴에 쓰여 있었으나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아 용건을 물으니 아들 문제란다.

아들은 어려서 수재라고 신문에 나올 만큼 유명했고 반듯하게 자랐다. 똑똑한 건 물론이고 노력파에 성실하기까지 해 집안의 자랑거리였다. 명문 대학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언제나 일등이었다. 하지만 막상 취업은 안 되고 자신했던 시험에도 번번이 낙방이란다.

다행히 남편이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으나 아들은 아버지의 따가운 눈치에 새로운 공부를 하기에도 늦은 감이 있어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단다.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아들에게 이제는 지쳐간다고 토로했다.

부자 사이에도 틈이 벌어져 같은 공간에 있어도 대화조차 없단다. 심지어 식사 자리에서도 서로를 피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단다. 아들은 아버지와 부딪히면 잔소리에 간섭이라 아예 방문을 닫고 두문불출하고 아들과 사귀는 여자 친구도 이제는 전화를 피하는 거 같아 답답하다고 한다. 상견례까지 마쳐 국수 먹을 날만 기다렸는데 이대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란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아름다운 연인이 다정하게 손을 잡는 그림이 펼쳐졌다. 같이 온 일행이 있어 자리를 피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결혼 전에 사귀었던 남자가 어떻게 죽었냐고 물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깜짝 놀라면서 잠시 울먹였다.

사연인즉 첫사랑이었던 그 남자는 어떤 방해에도 둘만의 힘으로 잘 살아보자고 약속한 후 외국 선적의 배를 탔다. 하지만 남자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목숨을 잃어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혼인 신고만 안 했지 부부였기 때문에 적지 않은 보상금을 받아 꽃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다 단골손님의 중매로 지금에 이르렀다고 털어놨다. 본인도 까맣게 잊고 있었단다.

물론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정이라는 것이 선을 그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추억이 깃든 옛날로 돌아가 이별 인사를 나누자고 권유했다. 얼마 후 결심이 섰는지 그리하겠다고 찾아왔다. 무거웠던 빚을 갚아야 편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단다.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인사보다는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