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非婚)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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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결혼을 안 한 미혼(未婚)과 달리 비혼(非婚)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남녀가 늘어난 요즘 ‘미혼’이냐 ‘기혼’이냐를 따지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다. 미혼 말고 비혼이라 해야 결례가 안 되는 세상이다.

어찌 보면 자발적 미혼이다. ‘비혼 지향 생활공동체’라 이름 붙인 주거공간이 생겨날 정도다. 나 자신과 결혼하겠다며 비혼식에 친구를 초대하는 신(新)풍속도도 있다. 지인들이 위로금을 걷어주고, 혼자 웨딩드레스를 입고 찍는 셀프 웨딩촬영이 호황이란다.

근래 SNS 빅데이터 통계를 보면 ‘싱글 선언’이 5년 전보다 7배나 늘었다고 한다. 고부 갈등, 육아·교육 고민, 결혼 허례허식 등에서 탈피해 나만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가치관의 변화가 기저에 깔려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도 비혼 남녀의 동거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81%가 ‘비혼’ 가정을 수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것’에 대해서도 66%가 괜찮다고 답했다. 이 응답률은 30대(82%), 20대(85%) 등 젊은 세대일수록 높았다.

20~30년 전만 해도 동거는 결혼 허락을 못 받은 자식들의 불효나 심각한 사회적 일탈로 여겨졌다. 언제부턴가 ‘살아보고 결혼한다’는 식의 인생관이 등장하더니 이젠 ‘결혼·동거·비혼’ 중 선택하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잘난 커플만 결혼한다’는 얘기가 판치는 세상이다. 그래선가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삶이 더 행복할 것이라며 비혼의 삶을 주장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비혼족이 증가하면서 혼자 밥 먹고 술 마시는 ‘혼밥’ ‘혼술’이란 말도 유행이다. 편의점서 라면 먹는 1단계를 시작해 6∼7단계에 이르면 요릿집이나 레스토랑에서 혼자 먹는 게 자연스럽다. 마지막 9단계는 혼술의 경지다.

결혼제도에 관한 한 프랑스에 시사점이 많다. 1999년 동거 커플과 미혼모를 법률로 인정한 뒤로 1.65까지 추락했던 출산율이 유럽 최고치인 1.96으로 올라갔다. 지난해 이 나라 신생아 10명 중 6명은 결혼 부부가 아닌 남녀 사이에서 태어났다.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1.9%에 불과하다.

비혼과 동거커플, 사실혼, 그리고 그 자녀 등등. 진화하는 삶의 형태를 반영하는 제도를 만드는 게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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