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저성장·저물가·저금읠의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아 농업 분야에도 위험과 함께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고병기 농협경제지주 상무는 지난 11일 제주시 연동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新보 주최로 열린 올해 ‘제주人(인) 아카데미’ 두 번째 강좌에서 ‘뉴 노멀(New Normal)시대, 우리 농업의 위기와 대응’을 주제로 미래 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뉴 노멀(New Normal) 시대의 농업의 위기
‘뉴 노멀 시대’는 새로운 기준이 일상화되고 이전보다 위험과 기회가 함께 늘어나는 시대다. 고 상무는 이날 강좌에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세상을 맞아 농업도 가치를 재해석, 위기를 뚫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며 농업인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고 상무에 따르면 저성장, 잉여의 시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대표되는 뉴 노멀 시대의 주요 특징은 실패의 가능성도 높지만 성공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옛 농법이 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과거 농법에 매달린다면 당장 크게 실패하지 않을지 몰라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고 상무는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80%가 감소했고, 만 65세 이상인 고령 농업인구도 1995년 전체 농업인의 16.2%에서 2015년에는 38.4%로 늘었다”고 말했다.
고 상무는 “2018년 농가소득도 평균 4207만원으로 도시소득 6482만원의 65% 수준인 상황에서 농가부채는 최근 3년 동안 감소추세를 보이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6.1%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고 상무는 또 “농산물 생산량이 늘면서 올해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파 1㎏에 평년과 비교해 반 토막도 안되는 401원에 거래되며 농민단체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갈수록 농업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 상무는 “한라봉 농사가 전라북도 김제시로 북상하고 보성 녹차도 강원도 고성에서 재배되는 등 온난화 영향으로 과수 재배 주산지가 바뀌고,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수입 농·축산이 넘쳐나는 상황”이라며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농업의 실태를 풀어냈다.
뉴 노멀 시대를 맞아 농업의 위기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정부예산 중 농업분야가 차지하는 예산 비율도 매년 감소하는 상황이다.
고 상무는 “정부예산 중 농업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6년 3.7%에서 2017년 3.6%, 2018년 3.4%로 감소하고 있다. 2022년까지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이 매년 1000억원 삭감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돌려라
고 상무는 뉴 노멀 시대를 맞아 과거에 의존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영농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단함, 재미, 솔직함, 워라밸 등으로 표현되는 신 소비인류의 출현으로 농식품 유통환경이 바뀌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고 상무는 “간편식과 외식을 선호하고, 싼 상품 보다 제값을 하는 상품을 찾는 등 소비행태가 변하는 만큼 생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상무는 국립 한국농수산대학을 예로 들면서 청년들도 공무원이나 일반 기업체 취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농업 분야에 고개를 돌릴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2000년부터 2018년 기준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생 4773명 중 86%가 영농에 정착했고, 연평균 소득은 8954만원으로 일반농가는 물론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5816만원보다 많이 벌었다”고 말했다.
고 상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해 농촌으로 청년 인구를 끌어들여야 농업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이 보장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의 생산주의, 중앙집권적 설계주의 농업정책에서 탈피해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상무는 “중소 농업인을 중심으로 지역 내 생샌체계를 구축, 학교 등 공공급식을 추진하는 등 푸드플랜을 통한 지역 순환 먹거리 구축사업을 확대하는 등 지금부터 농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차근차근 바꿔 나가야 한다”고 했다.
고 상무는 로컬푸드 운동이 확산되면서 농산물 이동 경로가 단축되고, 농업에 기술이 결합된 ‘애그테크(Ag Tech)’와 음식과 기술이 결합된 ‘푸드테크(Food Tech)’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로벌기업에서도 농식품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고 상무는 “알리바바가 양돈업에 20억위안을 투자하고, 왕이그룹도 흙돼지 브랜드를 개발해 사육에서부터 생산, 유통, 판매를 전담하는 등 중국 IT.BT 기업들이 농업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농업에서 미래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 상무는 “투자의 신으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앞으로 20년 동안 가장 선망이 되는 직업은 농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세계 경제잡지 포브스도 향후 10년 동안 가장 유망한 6개 투자분야 중 하나를 농업으로 제시했다”며 “농업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는 세계적인 추이를 외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