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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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기획부동산(企劃不動産)은 말 그대로 부동산을 기획해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것이다.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임야 등을 싸게 매수한 후 매입자의 구미에 맞게 적당히 손질하고 포장한 후 비싸게 되판다. 이 말이 도민 사회에 회자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초다.

국내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했지만, 제주는 달랐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관광특구’라는 외관상 그럴듯한 간판 덕분이었다. 제주는 기획부동산으로선 땅 짚고 헤엄치기 좋은 놀이터였다.

이들의 대표적인 수법은 토지 쪼개기다. 헐값에 매입한 대규모 땅을 330㎡(100평) 내외로 잘게 나눴다. 수천만원에서 많아야 1억원만 있으면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대량 생산한 것이다. 여기에 일확천금(一攫千金)이란 환상을 덤으로 얹혔다. 아니나 다를까 전국에서 개미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최근 제주도를 상대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획부동산의 실상이 드러났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임야는 1필지에 등기부상 소유자만 445명이다. 쓸모 있는 땅이면 모를까, 지하수자원 보전지구 2등급 지역으로 개발이 극히 제한된 곳이다.

그 내막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부동산의 전형이다. 가까운 곳에 제주영어교육도시 등이 들어서 있어 향후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처럼 광고해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판매는 지번 분할이 어려워지자 이른바 공동지분 방식을 택했다. 3.3㎡당 98만원을 투자하면 2년 안에 135만원을 보장한다고 속였다. 피해 금액만 221억원이다.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에 있는 토지도 지하수자원보전 1등급, 경관보전지구 2등급에 해당한다. 개발이 제한된 곳이지만 소유자만 288명이다. 서광리와 닮은 꼴이다.

이러다 보니 등기부상 공동소유자가 50인 이상인 토지만 도내에서 324필지에 816만1936㎡로 집계되고 있다. 이를 환산하면 1인당 면적은 503㎡(152평) 정도다. 여기에 한 필지당 평균 소유자가 148명인 것을 기준으로 하면 170㎡(51평)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좁은 땅에 바늘을 수없이 꽂은 것처럼 이름만 빼꼭하다.

▲사기는 심리전이라고 한다.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를 알면 속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속이는 사람도 문제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다가 나중에 속았다고 땅을 치는 사람도 문제다. 누구를 탓하랴. 오늘도 기획부동산은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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