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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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나눔’은 금품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의료·교육 등 그 영역이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숭고한 게 ‘생명 나눔’이 아닐까 싶다.

2009년 선종 당시 각막을 기증한 김수환 추기경의 선행은 70대 두 노인에게 생명의 빛을 선물한 데 그치지 않았다. 사회 전반에 장기기증 서약운동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그해 20만6000여 명이 장기기증을 약속하는 등 붐을 탔다. 이후 4년간 서약자는 약 57만명으로 2008년 이전 서약자를 합친 숫자와 맞먹는다.

제주에서도 가슴 뭉클한 사연의 나눔 천사가 있다. 2016년 미국 유학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제주의 소녀 김유나양은 장기이식이 필요한 전 세계 2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해 희생의 기적을 일궈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3만9000명을 넘어섰다. 2015년 2만7400명이던 대기자 수가 매년 3000명씩 늘면서 올 연말에는 4만명을 웃돌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 기증자는 작년 3396명으로 대기자의 10%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장기·조직을 여러 환자에게 나누고 떠나는 뇌사 기증자는 16%에 머문다. 특히 현행법상 가족이 동의하지 않으면 장기기증이 불가능한데 그 동의율도 35%까지 하락했다.

이러다 보니 장기이식을 원하는 이들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좀체 줄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대기자의 평균 대기시간은 1182일. 이식을 위해 약 3년3개월을 기다리는 셈이다. 장기기증만 바라보다 세상을 떠나는 환자도 하루 평균 3.9명에 이르는 게 현실이다.

▲통상 한 명의 뇌사 기증자는 심장과 신장 등 주요 장기를 이식해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그것을 결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신체의 일부를 떼어내는 것에 대한 유교적 통념과 두려움, 거부감 등이 존치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유럽 여러 나라처럼 ‘옵트 아웃(거부 선택)’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뇌사자가 생전에 장기 기증을 거부하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프랑스와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이 채택하고 있고, 영국도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장기를 기증받는 것이나 기증하는 것 모두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장기 기증은 떠나는 이가 남아 있는 사람에게 생명의 바통을 넘겨주는 아름답고 숭고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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