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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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에 등장하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여고생 덕선이와 그의 친구들은 1970년대 생이다. 이때는 제2의 베이비붐 세대라 할 정도로 출생률이 높았다. 특히 1971년생 돼지띠는 우리 역사상 그 수가 가장 많다. 그해에만 102만5000명이 태어났다. 역대 100만명 이상은 1971년과 1970년(100만6000명), 1969년(100만5000명) 등 3년뿐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사춘기를 경험한 응팔 세대는 586세대와는 다른 학창 시절을 보냈다. 586이 군부 정권에 맞서 치열하게 민주화 운동을 전개했다면, 응팔 세대는 정치 민주화가 이뤄진 후 대학과 직장 생활을 했다. 그렇다고 인생 역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정치는 풀렸는데, 경제는 꼬이기 시작했다. 상당수가 대학을 졸업할 때쯤 IMF를 맞았다. 취직해선 살벌한 구조조정을 실감했다. 2008년엔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를 맞았다.

이제 그들이 40대 중년이 됐다.

▲고전에서의 인생 40은 불혹(不惑)이라고 칭한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거짓과 현혹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이 옳고, 저것이 그르다며 명쾌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현실에서의 40은 흔들리고 있다. 일자리의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취업자 수는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30만 명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40대 취업자는 올해 내내 마이너스다.

생산성이 높은 연령층임에도, 재취업까지 걸린 시간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오래 걸리고 있다. 남성을 기준으로 하면, 재취업까지 걸린 시간은 30대 117일, 50대 118일인 데 비해 40대는 123일이 소요됐다. 자칫하면 영영 취업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사회·경제의 축이면서 집안의 가장인 응팔 세대의 요즘 자화상이다. 이 시기는 자녀들의 교육비 부담 등으로 지출도 급증하기 시작한다. 가정의 버팀목이 흔들린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40대 고용 문제를 거론한 것을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응팔’에서의 아버지는 의연하다. 빚보증으로 반 칸 지하 생활을 하고 골목길 연탄에 화풀이를 하지만, 희망은 포기하지 않는다. 타임머신을 타고 ‘1988’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 불굴의 DNA만은 응팔 세대로 이어졌으면 한다.

술잔의 절반을 눈물로 채우기엔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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