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형 관료에 대한 긍정적 선입견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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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최근 조국장관 사태로 엘리트나 엘리트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마찬가지로 엘리트 관료에 대한 관심 또한 증폭되고 있다. 흔히 엘리트 관료하면 상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감히 엄두 낼 수 없는 대학에서 훌륭한 교수의 강의를 듣고 열심히 공부하여 공직에서 출세한 자가 아닌가 한다. 비근한 예로 원희룡 지사나 법무부장관을 지낸 조국 교수를 떠올려 볼 수 있다. 아니면 엘리트 교육을 받고 선거 또는 고시(考試)등을 거쳐 공직에서 출세한 수재형 인재들을 연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엘리트 관료들은 공복으로서 국가를 위하여 자신의 머리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이에 김광웅 교수는 ‘아니다’라고 한다. 그는 저서 ‘좋은 정부’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관료들은 국민적 평판에 비해 ‘생각이 넓고 깊지 못하다’, ‘비판적 합리주의자이기는커녕 미래지향적인 사고도 부족하다’ 등의 이유를 들어 노골적으로 이들을 비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또한 정부와 기업의 미래 명운은 관료들의 이런 맹점(盲點) 때문에 갈린다고 한다. 특히 기업은 총명한 인재들을 뽑아 부단히 갈고 닦아 내는데, 정부는 엘리트 관료들을 뽑아놓고도 그 능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엘리트 교육을 받은 관료들이 사회 활동에 능동적으로 적응치 못하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엘리트 관료들에게는 자기중심적이어서 소통능력이 부족하다.

둘째, 엘리트 관료들은 자신의 가치를 잘 모른다. 자신은 대단히 어려운 공부를 해서 자신의 값이 엄청날 것이라고 착각한다. 물론 사람의 몸값을 보험금으로 환산하는 경우는 있지만, 어떤 경우이든 자기 자신을 교환가치로 얼마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전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엘리트 관료들은 ‘나는 우수하니까 무슨 일이든 맡을 수 있다’고 우겨대기 일쑤다. 즉, 이들은 ‘나는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이든 잘할 수 있다’고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셋째, 엘리트 관료들은 아이디어에 대한 열정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이들은 좌뇌(左腦)가 발달되어 있어 작은 것은 엄격히 따지며 잘 기억해 내고, 특히 언어나 논리에는 강하다. 이들은 통제를 즐기고, 기술적 충동에 따른 관료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법률 등 규정을 만드는 것을 능사로 여긴다. 정답을 골라내는 머리는 누구보다 좋지만, 큰 그림, 깊은 생각, 멀리 보는 여유 등의 혜안(慧眼)은 상대적으로 결핍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은 공복으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이행하려고 하기보다는 대개 판에 박힌 생각과 행동을 하고, 규칙과 규정대로만 움직이고, 중립을 지키려고 안달한다.

넷째, 엘리트 관료들은 작은 일에 크게 집착한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과 국가와 정부를 위해 희생할 자세가 요구됨에도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한다. 보상받는 것만을 당연시한다.

생각건대 그동안 소위 ‘한국의 엘리트 교육의 산실이라고 단정해 왔던 대학출신 자’가 예컨대 공직선거 출마 시에 그의 엘리트 위세에 압도되어 마냥 몰표 당선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왔다. 제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도민 절반 이상이 2번 눈감고 당선시킨 원 도정은 소통 잘하고, 아집에 휩싸이지 않으며, 겸손하고, 미래를 위한 아이디어 열정이 충만하신가요? 제주 미래가 활짝 열리고 있나요? 위의 맹점들을 대입하여 도정의 행태를 평가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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