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농가들은 올해 가을장마와 잇따른 세 번의 태풍 등으로 커다란 피해를 보았다. 예년에 없던 일이다. 월동무를 비롯한 당근, 감자, 양배추, 콩 등 모는 작물이 폐작 수준으로 이어졌다시피 했다. 이럴 때 농작물 재해보험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태풍이나 우박, 가뭄 등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지급하는 것으로, 절망과 실의에 빠진 농가엔 다소의 위안이 되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보험 가입도 매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들어 도내 농가의 가입률은 39.2%로 지난해의 21.5%보다 크게 증가했다. 건수와 면적으론 2만2905건에 1만6888㏊ 이르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건수는 68%, 면적은 128% 늘었다.
이렇게 보험 가입이 증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당근과 월동무가 올해 처음으로 재해보험 대상 품목에 포함된 데다 농가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젠 기상 이변으로 예상치 못한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보험 가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해야 옳다. 이런 점에서 농정당국은 농가를 대상으로 보험 가입을 적극적으로 지도·홍보하는 한편 재정적 지원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후 변화 등을 참작해 현행 약관을 손질했으면 한다. 현재는 농가가 보험에 가입한 작물을 재파종하면 보험에 재가입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월동무 재배 농가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마땅한 대체 작물이 없는 관계로 월동무를 재파종했으나, 보험 가입에는 퇴짜를 맞았다. 반면에 월동무 재배 농가가 다른 작목을 재배할 경우는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가입 조건이 경직됐다고 판단된다. 농협손해보험 제주총국 차원에서 중앙본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라봉과 천혜향 등 만감류(晩柑類)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한다. 이 과수 작물은 지난해 정부의 ‘농작물 재해보험 적용을 위한 연구용역’에 포함됐으나, 최종 보험 대상에는 제외됐다. 이들 농가에도 태풍 등에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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