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제주 감귤과 개인택시 사업
1980년대 제주 감귤과 개인택시 사업
  • 제주신보
  • 승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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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MD헬스케어 고문/논설위원

돌이켜 보면 1980년대가 제주 사람들의 돈 벌이가 가장 좋았다. 날씨가 따뜻한 서귀포 지역을 중심으로 대량 재배되던 감귤은 금귤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반 서민들은 맛보기 힘든 귀한 과일이었고, 높은 가격에 팔려 나갔다. 그래서 귤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낸다고 해서 대학 나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 당시 제주에서는 개인택시를 하는 분들도 중산층 생활을 영위하기에 충분했다. 이분들의 주 고객은 신혼여행 온 사람들이었는데, 편안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카메라로 사진도 찍어주며 관광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때 맺은 인연은 수십 년간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80세를 넘기신 당시 개인택시 하시던 필자의 친지 한 분은 아직도 그때 만났던 고객과 둘도 없는 인생 선후배가 되어 형제처럼 지낸다.

1980년대 제주 경제가 좋았던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당시 제주 경제는 공급자가 제한된 ‘독과점적인 경제 구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감귤은 수입 금지 품목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쉽게 볼 수 있는 오렌지, 자몽, 키위 등 감귤을 대체할 수 있는 과일에 대한 수입도 엄격히 제한되었다. 따라서 제주 감귤은 독과점 지위를 누리면서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밖에 없었다.

영업용 택시도 마찬가지였다. 택시 수도 적었지만, 관광객을 안내할 여행사도 거의 없었고 제주에 처음 온 사람들이 도움 없이 관광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개인택시 하시는 분들은 여행사와 가이드 역할을 동시에 하면서 그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 그분들은 저녁 있는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고,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도 없다. 그러나 그동안 제주 경제는 국제자유도시라는 큰 틀 하에서 제주 경제의 외적인 총량을 증대시키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공급 과잉에 대한 별 대책이 없이 과당 경쟁 상태가 되면서, 정작 현지에서 오랜 기간 동안 살고 있는 제주인의 개별 삶을 눈에 띄게 개선시키지는 못하였다.

제주 경제의 공급 과잉은 작년 연말에 통계청에서 발간한 ‘통계로 본 제주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제주에 온 관광객 수는 약 900만 명 증가하였는데 비율로는 171.7% 증가하였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여행업, 관광 숙박업 등 관광 사업체 수는 1510 업소 증가한 1960 업소가 되어, 비율로는 335.8%가 증가하였다. 농림어업의 취업자 수는 7000명 감소한 반면, SOC 및 기타서비스업의 취업자 수는 무려 8만9000명이 늘어 전체 취업자의 82.1%를 차지하고 있다. 일용, 자영업자의 공급 과잉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제주의 핵심 성장 산업은 역시 관광 사업이다. 여기서 나온 잉여 자금이 제주 경제에 뿌려지며 풍요롭게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공급 과잉으로 참여하는 거의 모든 경제 주체가 돈을 못 버는 상태가 되어 버렸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자연 환경만 불필요하게 추가로 파괴되어 버렸다.

이제는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수요 확충 중심의 경제 구조를 공급 조절 위주로 과감하게 바꿀 때가 왔다고 본다. 필자는 지난 9월 23일자 시론에서 어떤 형태이든 제주 경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만들어 내야 공급 과잉 경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