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가슴에 내리는 서리
농민 가슴에 내리는 서리
  • 제주신보
  • 승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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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오늘(24)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다. 가을의 마지막 절기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시기다.

일기예보를 보면 요즈음 일교차가 10도 내외로 매우 크지만 낮 기온도 계속 떨어져 주말부터는 20도 밑을 맴돌 것이라고 한다.

짧은 가을을 거치는 듯싶더니 곧 겨울이 올 태세다.

우리나라 농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한파가 불어 닥칠 전망이다.

정부가 농민들의 강력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키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했으나 농업분야만큼은 개도국 특혜를 받아 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26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WTO가 이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WTO90일 내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한이 미국 시간으로 23일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인정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OECD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가입국, 세계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무역에서의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다. 우리나라는 이 네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된다.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분야는 농업이다.

농산물에 대한 높은 과세 부과, 농업 분야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의 혜택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황주홍)WTO 체제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제주지역도 큰 피해가 우려된다. 감귤은 물론 밭작물 등에 대한 관세 부과 및 보조금 지급 등의 혜택이 대폭 축소될 우려가 높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2일 개최한 민관합동농업계 간담회가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사실상 무산된 것도 농민들의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농민이 세상의 근본이라는 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은 고사하더라도 농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날은 언제 올까.

농민들의 가슴에 서리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