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과거사법)이 지난 22일 밤 우여곡절 끝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1년 10개월 넘게 표류 중인 제주4·3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속도를 낼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자유한국당이 4·3특별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정부의 배·보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주문, 보상금 지급 방안 마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채익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은 4·3특별법 개정에 전향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며 “우선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1조8500억원으로 추정되는 보상금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4월 법안심사소위 심사에 앞서 기획재정부가 막대한 재원 소요, 타 과거사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한 신중론 의견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기재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과거사 관련 법안에 대한 전수 조사 및 비용 추계를 먼저 거친 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 20일 제28회 서울제주도민의 날 행사에 참석, 축사를 통해 “4·3특별법(개정에) 도민과 똑같은 마음으로 자유한국당과 적극적으로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강창일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갑)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4·3의 온전한 해결을 위해 행정안전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일시 지급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이고, 5년 또는 10년간 분할 지급하는 방안도 점검했다. 선지급금과 분할 지급에 따라 연간 2000억원에서 4000억원 소요가 예상되고 있다”고 전제, 청와대·재정당국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주문했다.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이 2017년 12월 19일 대표 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은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배·보상,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트라우마 치유센터 운영 등을 담고 있다.
한편 행안위는 지난 22일 오후 9시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6월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지난달 안건조정위원회 문턱을 넘어선 과거사법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을 통해 통과시켰다.
과거사법은 2010년 종료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재가동, 일제강점기 이후 권위주의 통치 시기(1993년 2월 24일)까지 다루도록 하고 있어 한국전쟁 시기 제주지역 예비검속 등 국가폭력 사안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강 의원은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은 좌우도, 이념도, 정치적 이익의 문제도 아니”라며 “난항에 난항을 겪었지만 이제라도 과거사법이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4·3특별법 개정안 처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사법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국회=김재범 기자 kimjb@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