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보여요
귀신이 보여요
  • 제주신보
  • 승인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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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죽은 이들과의 교감은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공부가 아니며 호기심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남아있는 가족 간의 화합 또는 부끄럽지 않게 살 것을 당부한다. 드물게는 호되게 꾸짖거나 섭섭하다는 원망을 남기기도 한다.

일례로 평생 남편의 바람기로 가슴앓이 했던 할머니가 있었다. 이 할머니의 유언은 시신을 화장해서 고향 산천에 뿌려달라는 것이었다. 한 마리 새처럼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자식 된 도리로 차마 그럴 수 없다고 의견이 일치해 합장을 했는데 돌아가신 할머니가 이것을 문제 삼아 크게 화를 냈다. 너무 원통하다며 당장 지금의 자리를 파헤치라고 했다. 지독한 미움이었다.

외국을 오고 가며 사업을 하는 후배와 저녁 약속을 하고 나가보니 손님과 함께 와 있었다. 손님은 베트남인이었지만 한국인과 결혼을 해서 그런지 낯설어 보이지 않았다. 내용인즉 동남아시아 쪽에서 한류 열풍이 불어 사주 관상이 유행이라고 한다. 물론 법으로 제한돼 있어 대놓고 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적으로 물의가 없으면 그냥 넘어간단다. 사계절의 변화가 기초인 우리와 달리 겨울이 없는 나라라서 의아했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이해가 됐다.

그는 돌아가신 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했다. 어렸을 적에는 그 능력이 있었는데 그땐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언제부터인가 능력이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본인의 나라도 전쟁 때문에 억울한 죽음이 많아 그들을 달래주고 싶단다.

웃음부터 나오는 부탁이었지만 진지한 눈빛에 허락을 하고 말았다. 예상했던 대로 무섭다고 울기도 하고 궁금함을 못 참아 볼멘소리도 했지만 깨우침은 찰나라고 안심시켜 줬다.

무슨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쪽에서 누군가에게 배운 방법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학습의 효과가 있다고 할 시점에 부모님을 불러보겠다고 하니 들뜬 표정이었다. 몇 분 후 몇 사람의 이름을 거론했더니 놀라면서 친척과 이웃이라고 말했다. 다음 방문했을 때는 활짝 웃으며 어젯밤에 생전 모습 그대로인 어머니를 만났다고 전했다.

이제는 그의 숙제이다. 귀신과 영혼, 그들은 엄연히 구분되며 반가운 친구가 아니다. 행동 하나에는 책임이 따르며 인연이 아닌 필연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