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金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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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고리대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사의 공통된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의 경우 상인·지주·승려 등이 부업으로 시작해 나중엔 국가와 관료, 사찰 등에 의해 발달했다고 한다.

화폐가 보급되지 않던 고려시대만 해도 미포(米布) 등의 현물이 거래됐다. 곡식을 돌려받을 때 일반 사채는 5할, 관청 중심의 공채는 3할의 이자가 기준이었다. 일본에서도 춘궁기에 5할은 특혜로 여겨졌고, 이를 더 높은 이자로 다른 사람에게 다시 빌려주는 거래도 있었다고 한다. 이자놀이는 서양이라고 다를 바 없다. 이자를 죄악시했던 기독교의 ‘십일조’ 영향으로 1할이 기준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근대 이전의 대부업은 으레 고리 거래여서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 같은 극단적 이미지로 수백년 이어졌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월급쟁이들의 최고 재테크 상품은 재형저축이었다. 중산층 형성을 위해 정부가 이자를 보조해줬다. 이 상품은 재정 부담 탓에 1995년 없어진 뒤 2013년에 부활했지만 이율이 4%대여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올여름 한 인터넷은행이 연 5% 금리를 내걸고 특판예금을 판매하자 단 1초 만에 매진됐다. 모바일 뱅킹 접속자가 너무 많아 접속 장애가 생길 정도였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면서 ‘금리 노마드(nomad)’가 급증하는 탓이다. 0.1%라도 이자를 더 주는 상품을 찾아 여러 은행을 전전하는 사람을 뜻한다. 금리가 최고를 기록했던 1980년엔 이자율이 41%에 달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만 해도 금리가 15%여서 5년만 굴려도 원금이 2배로 불어났다. 어느덧 옛일이 돼버렸다.

▲엊그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렸다. 금리인하는 무역 분쟁과 경기 둔화, 디플레이션 등으로 위기에 봉착한 국내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그런데 시중은행들은 이를 예대마진 확대의 기회로 삼아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올 상반기만 해도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한 20조6000억원에 달했다.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이르는 시대다. 시중은행이 그런 구태를 반복하면 고스란히 서민과 중산층 가계에 부담으로 전가된다. 당국의 금리인하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건 물론이다. 이래저래 채무자로 살아가는 서민층에 대한 은행들의 배려가 실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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