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18’과 오름왕국
숫자 ‘18’과 오름왕국
  • 제주신보
  • 승인 201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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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제주 오름왕국에는 특별한 숫자가 있음이 눈에 띈다. 그런데도 그 숫자에는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또는 가볍게 읽고 웃어넘길 수도 있다. 그러함에도 관심이 간다. 그 이유는 오름왕국 탄생 시기와 그곳에서 자라는 식물의 수, 지난날 제주인들이 의지했던 무속신앙의 수 등 3가지 중요한 사건에서 같은 숫자가 공통으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숫자는 다름 아닌 ‘18’이다. 수많은 조합의 숫자가 있음에도 말이다. 실제 오름왕국 탄생 시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땅에서 처음 화산이 폭발한 시기를 약 180만 년 전으로 보고 있다. 플라이스토세 초기에 해당한다. 이 시대를 신생대 4기 지질시대라고 한다. 이처럼 장구한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화산활동 시작 시점에는 18이란 숫자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반문할 수 있다. ‘180만 년’이란 숫자에서 ‘0’을 제외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함에도 ‘0’을 제외한 것은 ‘0’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값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자릿수만을 가질 뿐이다. 그래서 값을 가진 숫자 18에 눈이 간다.

특히 숫자 18은 이 땅에서 생장하는 식물의 종류에서도 들어있다. 해안 저지대에서부터 한라산 고산지대에 이르기까지 고도별로 식물분포가 다양하다. 그 수가 무려 1800여 종에 이른다. 이처럼 식물의 종류에서도 숫자 18이 앞자리에 등장한다.

숫자 18은 지난날 제주인들이 정신적으로 의지했던 무속신앙의 수에서도 볼 수 있다. 실제 제주인들의 삶은 고난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땅은 빌레가 많고 뜬땅이 대부분이다. 모진 바람과도 싸워야 했다. 그렇다고 삶의 역사마저 녹록하지 않았다. 선사시대부터 탐라, 제주시대를 거쳐오는 동안 수많은 수탈과 질병, 전쟁 등으로 점철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삶 속에서 제주인들이 그나마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위안이 됐던 것은 무속신앙이었다. 제주인들은 태어나 살면서 죽을 때까지 신들의 돌봄에 의지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신의 수가 무려 18000신에 이른다. 여기에서도 숫자 18이 어김없이 앞자리에 등장한다.

그렇다고 18이라는 숫자가 행운만을 상징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좋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나쁜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국 남방의 소수민족 나시족의 신화에서는 숫자 18을 하늘로 상징한다. 즉 하늘을 ‘천국 18층’으로 묘사한다. 이와는 반대로 공자가 쓴 ‘주역’에서의 18은 ‘산풍고(山風蠱)’라는 괘로 상징한다. 즉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64괘를 그리고 있다. 그 괘 중에 18번째 괘가 산풍고이다. 이는 산 아래 부는 바람을 뜻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좀먹으며 썩어들어가니 손볼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3가지 사건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오름왕국의 숫자 18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나름대로 해석하면 첫 번째는 탄생이고, 두 번째는 번성이며, 세 번째는 건강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리고 이들의 길고 긴 역사를 18이라는 숫자로 연결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하기에 고난으로 점철된 지난 역사와 비교해볼 때 지금의 시대가 가장 평온한 시대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대도 숲과 함께 살아간다면 건강한 시대가 열릴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