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에게 빼앗긴 평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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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순 수필가

길옆 들국화가 제철인 듯 활짝 피었다. 향기 그윽하다. 아이들도, 나이든 어른들도 모두 공원에 모여들었다. 홀로, 쌍쌍이, 가족끼리지만 모두 한데 어울려 가을의 정취를 즐긴다. 초등학교 때 가을 소풍 정경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공원길을 걷다 숲 향기가 좋아 벤치에 앉았다. 주위를 바라보니 걷는 사람들, 노는 아이들, 나처럼 벤치에 앉아 쉬는 어른들 모두 한가롭다. 군데군데 반려동물들이 목줄에 끌려 다니고, 목줄 없는 강아지들은 멋대로 뜀박질이다. 저만치서 어린 아이가 달려드는 강아지에 놀라 자지러지게 울어댄다. 강아지 주인도, 아이 보호자도 보이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잠시 후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애 엄마가 달려 나와 아이를 껴안는다. “누가 강아지를 풀어놨어!” 강아지를 쥐어박을 듯이 주먹을 휘두르며 큰 소리로 외친다. 주인이라도 나타나면 한바탕 싸울 기세다. 그제야 개 주인인 듯 제 강아지를 손짓하며 부른다. 멀리서 보니 개주인과 아이 엄마가 다투는 듯 사람들이 모여든다. 잔잔한 공원의 평온이 강아지 난동으로 소란스러워졌다.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했으면 조용히 끝날 일이었는데 공원에서 강아지가 노는 것도 당연하다는 투로 대꾸하면서 소란으로 번진 듯하다.

공원은 모두의 휴식공간이다. 물론 반려동물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 강아지 주인의 주장이 틀린 건 아니다. 문제는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인이 강아지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 할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건 옳지 않음에도 감정을 앞세우며 말다툼까지 벌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요즘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반려동물을 유행처럼 데리고 다닌다. 큰 개에게 물리기도 하고, 위협적인 공격을 당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개에게 물려 죽었다는 끔찍한 보도도 접하게 된다.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여러 조항들이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으니 일어나는 사건 사고다. 관리 규칙을 위반했을 때 벌칙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안전 규칙을 숙지하고 철저히 지키는 게 우선이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키우지 말아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건 그게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법적 책임 이전에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공동체의 삶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은 이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거리에 반짝이는 반려동물 병원, 커피숍, 미용실 같은 간판 조명이 이를 반증한다. 반려동물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소외감을 느껴야 하는 사회 분위기다. 따라서 공원이나 놀이터 같은 공공 휴식 공간에서는 안전장구 착용을 의무화하고, 갖추지 않았을 때는 입장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사회가 복잡다기화해가니 소란이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빌미도 잦아지고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이나 삶의 양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삶의 태도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삶의 안전을 도모할 법적 제도적 장치도 강화돼야 한다. 강아지에게 우리의 평온을 빼앗기며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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