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과 정의, 그리고 공정
제주 제2공항과 정의, 그리고 공정
  • 제주신보
  • 승인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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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 비평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귀퉁이에는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를 위한 농성장이 설치되었다. 흐릿한 전등불 아래 천막을 지키고 있는 박찬식 상황실장은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주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을 결성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와 제주도정이 벌이는 제2공항 추진을 백지화함으로써 제주의 항구적인 환경 파괴와 군사기지화를 막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국 시민들이 이 사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서 광화문까지 농성장을 차린 것이라고 했다. 제주공항만을 가지고도 항공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데, 국토부와 제주도정은 환경 수용력이나 지속 가능성을 무시한 채 난개발과 제2공항을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군기지화까지 논의하고 있다니, 평화의 섬이 아닌 전쟁의 섬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장 지글러’는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에서 “자본주의자들이 쟁취한 가장 큰 승리는 우리로 하여금 ‘경제는 인간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 따른다’고 믿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자 계층의 거짓말에도 기꺼이 복종하는 민중의 소극성에 개탄한다. 엄청나게 돈이 많고, 대단한 권력을 지닌 국가기관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며 주저앉는 것. 제주민은 실제 4·3사건이라는 국가 폭력에 의해 수만 명이 죽어야 했고, 관광개발로 수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그래서 제주에는 ‘곤밥(쌀밥) 먹은 소리 허지 말라’며 나서는 것을 금기시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제주 민중은 그것을 당연하다고 믿지 않는다. 촛불 혁명에 의해 탄생한 정부의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삶의 터전에 공항을 짓겠다는데, 그것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 과정도 없이 그대로 수용해야 하겠는가. 공항을 지어서 도움이 되는 자는 누구인가? 소수의 이득을 위해 절대다수더러 고통을 감내하라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제주 민중 가운데 자신에게 이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자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잘 따져보라. 쓰레기더미 위의 비싼 제주관광이 가당키나 할지.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이 당신에게 갈지.

해외의 항공 전문가들이 기존 제주공항만으로도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는데도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이들의 배후에 온갖 자본과 권력이 숨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치권력을 위임받은 장관은 말로만 정의를 외치지 말고 현실 속에서 무엇이 진정 정의로운 것인지, 무엇이 공정한 모습인지를 제대로 드러내야 할 것이다. 양극화에 따른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최근 벌어진 일련의 갈등들도 이 ‘공정’의 문제와 매우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을 위정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말했다. “꽃들을 모조리 잘라버릴 수는 있지만, 그런다고 한들 절대 봄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갈등과 협력의 과정을 노정할 수밖에 없다. 제발 당신은 그 노정에서 지치지 않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