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인공지능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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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 제주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논설위원

1903년에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했다. 1997년에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가 화성에 갔다. 비행기 발명에서 화성 탐사까지 100년이 안 걸렸다. 1936년에 영국의 앨런 튜링이 컴퓨터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발표하였다. 2016년에 인공지능 알파고는 이세돌과 바둑을 두어 이겼다. 나중에 나온 알파고 제로는 바둑 기보 없이 스스로 이기는 방법을 학습해 알파고를 이겼다. 컴퓨터 역사는 100년도 안 되지만, 인공지능이 비행기 조종사를 대신하여 조종간을 맡을 정도로 발전하였다. 인공지능이 언젠가는 인간을 추월할 것 같은 걱정이 든다. 슈퍼 인공지능이 인간을 추월할까? 대답은 슈퍼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성과 정서 영역은 추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인공지능보다 천억 배 발달한 슈퍼 인공지능이 개발되었다고 하자. 슈퍼 인공지능은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낼 수 있을까? 먼저 슈퍼 인공지능은 자신이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들 수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다. 만약 슈퍼 인공지능이 자신이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슈퍼 인공지능은 만능이 아니다. 만약 슈퍼 인공지능이 자신이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들 수 없다면 그 슈퍼 인공지능도 만능이 아니다. 자동판매기 단추를 누르면 원하는 음료수가 툭 떨어지는 것처럼 수학의 모든 공식을 원하는 대로 증명해내는 슈퍼 인공지능은 없다는 것을 수학자들이 증명했다.

컴퓨터에게 데이터는 숫자다. 컴퓨터는 데이터를 0과 1을 조합한 숫자로 표현한다. 성별과 나이처럼 데이터에 숫자로 정량화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다. 구구단같이 숫자를 계산하고 데이터를 검색하는 것은 컴퓨터가 잘한다. 스마트 의류가 나와서 옷, 신발, 시계 등의 기기에서 데이터가 생성된다. 센서를 설치하고 센서의 작동방식을 정의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슈퍼 인공지능의 시대가 와도 인간의 역할은 계속 남는다.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은 작품전시실에 자투리 공간이 생기자 뭔가를 대신해서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집에 있던 부처를 가져와 TV와 CCTV를 연결하여 ‘TV 부처’를 선보였다. TV 부처는 부처가 TV 앞에 앉아 TV에 나타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작품이다. 동양의 참선과 서양의 기술을 멋지게 조합하였다. 인공지능은 백남준의 창의성을 베낄 수 없다. 창의성에 대한 정의는 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이라고 일컫는다. 구구단 공식처럼 누구나 똑같은 생각을 하면 그것은 창의적이지 않다. 프로그램화된 인공지능은 프로그래밍하는 인간의 창의성을 따라잡기 힘들다.

인간은 잘못을 저지르면 마음이 아프면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후회한다. 인간은 늘 후회하며 산다. 단기에는 뭔가를 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 예를 들어, 시험 때 놀지 말고 공부할 걸 후회한다. 장기에는 뭔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한다. 예를 들어, 학창시절에 왜 악기를 안 배웠을까 후회한다. 후회 감정은 다음번에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인간이 일부러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슈퍼 인공지능은 자신이 완벽하지 않아서 잘못 의사 결정했는지 알 수 있을까? 아니다. 슈퍼 인공지능이 잘못 의사결정을 하였다면 다음번에는 잘하도록 후회를 느낄 수 있을까? 아니다. 슈퍼 인공지능은 뭔가를 해도 후회하고 하지 않아도 후회하는 모순된 감정을 코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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