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뮬리’ 개민들레 닮으면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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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 군락지가 가을철 사진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제주에서도 이런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람이 불면 머리카락이 날리듯 분홍빛이 물결치는 모습은 장관이다. 이름도 생소했던 이 외래종 식물이 국내로 들어온 것은 제주가 처음이라고 한다. 5년 전 한 생태공원에서 처음 재배하면서 전국 각지로 퍼졌다.

문제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이 외래종이 아직 환경부의 위해성(危害性) 검사를 받지 않은 식물이라는 점이다. 월동도 가능하고 번식력 또한 억새 줄기처럼 억세고 강하다. 게다가 벼과 식물 특성상 바람에도 쉽게 확산할 수 있다. 국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만큼 심각하게 봐야 한다.

전문가들도 경계하고 있다. 지금은 일정한 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으나, 도로 주변이나 하천변으로 확산하면 기존의 토착 식물과 경합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무서움이 드러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 이르면 통제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환경부의 대응은 뒤늦은 감이 있다. 올해 초에야 위해성 평가에 들어갔다. 결과는 12월쯤 돼야 나온다. 진작에 진단하고, 지도와 홍보를 강화해야 했다.

지금도 개인은 물론 자치단체들도 핑크뮬리를 선호하고 있다. 환경부가 집계한 결과 전국 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 이 식물을 심은 규모는 총 11만2000㎡에 이른다. 이것만도 축구장 면적의 15배를 넘는다. 개인이 자신의 공원이나 카페 주변 등에서 가꾸고 있는 것을 포함하면 실제 면적은 더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엔 핑크뮬리를 판매하는 조경 업체들도 성행할 정도다. 이 모든 것이 핑크뮬리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 사이 벌어진 일이다.

1980년대 목초 종자에 묻어 제주에 들어온 ‘개민들레’는 30년 만에 생태계를 짓밟으면서 제주 산야를 거의 점령했다. 핑크뮬리가 이를 따라 갈까 걱정이다. 마구잡이로 퍼지기 전에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놔두면 나중엔 가래로도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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