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봄’ 문재인 정부와 20대 국회서 꽃피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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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

“돌담 하나, 떨어진 동백꽃 한 송이, 통곡의 세월을 간직한 제주에서 ‘이 땅에 봄은 있느냐?’ 여러분은 70년 동안 물었습니다. 저는 오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습니다.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3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낭독한 추념사의 첫 부분이다.

이날 추념식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인 3만명의 양민이 국가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4·3영령 앞에서 봉행됐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유족들과 생존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1년 6개월이 흘렀지만 ‘4·3의 봄’은 찾아오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유족회원들이 상복을 입고 지난 18일 국회를 찾아 ‘4·3특별법 개정 쟁취를 위한 총궐기 대회’를 갖고 ‘문재인 대통령께서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을까.

매해 4·3 추념식에 참석했던 각 당 지도자들이 특별법 처리를 약속해 놓고도 정쟁을 일삼는 데 울분을 토로했다.

송승문 유족회장은 연내 특별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내년 추념식에 국회의원 입장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4·3특별법 개정안은 오영훈 국회의원이 2017년 12월 19일 대표발의했지만 표류 중이다.

이 개정안은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배·보상,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4·3위원회의 조사 권한 강화,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시행 등을 담고 있다.

관건은 청와대와 정부의 명확한 입장 정리와 함께 여야의 결단이다.

이는 정부가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재원 소요, 타 과거사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한 신중론을 펴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0일에도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가 제주도당과의 간담회에서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 등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난 20일 서울제주도민의 날 행사에서 “도민과 똑같은 마음으로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채익 국회 행전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도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배·보상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제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재인 정부, 6개월여 활동을 남긴 20대 국회가 4·3의 진실 역사에 기록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김대중 정부 시절 15대 국회 종료 임박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탄생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제주 출신인 변정일·양정규·현경대 의원의 법안 발의, 김대중 대통령 뜻에 따른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추미애 의원의 법안 제출, 여야 합의 끝에 1999년 12월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2000년 1월 청와대에서 4·3관련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법에 서명하면서 “진실을 밝힌다 해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니지만 후세에 귀감이 되도록 역사에 바른 기록을 하는 것은 양심있는 사람이 해야 할 의무”라며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추념사로 끝맺은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소식은 언제쯤 들려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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