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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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1960~7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밥이 에너지원이었다. 반찬으론 자리젓이나 마늘장아찌, 콩자반 등이 돌아가며 찬조 출연했다. 쌀밥 구경은 명절이나 제사 등 큰일이 있을 때 가능했다.

형편이 좀 나은 집에선 초간단 버터밥을 즐겨 먹었다. 갓 지어 따끈따끈한 밥에 버터 한 조각 올린 뒤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비면 끝이다. 언젠가 방송에서 한 출연자가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해준 맛 같다”며 울컥하는 표정을 지은 그 밥이다. 어른들은 밥 잘 먹는 것을 최고로 쳤다. 밥그릇을 비우자마자 더 먹으라며 듬뿍 또 담아주는 밥을 처가밥이라 했다. 특히 손님에겐 밥을 꾹꾹 눌러 담은 고봉(高捧)밥으로 대접했다. 밥을 많이 먹는 것이 흉이 아니라 건강함을 상징했던 것이다.

▲요즘 TV만 틀면 종일 맛집 소개와 음식 먹는 장면을 담은 ‘먹방’이 넘쳐난다. 먹방스타로 소문난 1인 방송 진행자가 자장면 10여 그릇을 먹어치우는 영상을 봤다. 한 상 가득 자장면 그릇을 올려놓고 젓가락질 한두 번에 그릇을 싹싹 비웠다.

언젠가는 걸그룹 멤버가 대낮에 혼자 곱창구이에 곱창전골, 된장찌개와 볶음밥까지 3인분을 먹는 방송이 있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곱창 식당으로 몰리는 통에 일부 가게는 재료가 동나 문까지 닫는 곱창대란이 일었다.

근래에는 몸집 좋은 개그맨들이 맛집을 찾아가 담소를 나누듯 경쟁적으로 식도락을 즐긴다. 저렇게 먹어도 괜찮은가 싶을 정도다. 서구 언론은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의 먹방을 비정상적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푸드 포르노’라고 꼬집었다. 가히 먹방공화국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요리가 이렇게 관심을 끈 적이 없다. 인간생활의 세 가지 기본요소인 의식주를 충족시키기 위함인가. 부동산과 패션의 시대를 지나 실로 요리의 향연이다. 그런 상황에 12월이면 소위 ‘먹방 권고기준’이 나온다고 한다. 상식을 벗어나 폭식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많아서다. ‘표현의 자유’ 논란을 의식한 듯 규제라기 보단 일종의 견제장치여서 제재규정은 없다고 한다.

문제는 먹방이 많이 먹는 것을 희화화한다는 점이다. 한 끼나 됨직한 음식을 한두 입에 털어넣는 모습이 영 달갑지 않다. 세계보건기구가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했고, 비만 예방 캠페인을 적극 펼치는 나라도 있다. 잘 아는 대로 균형 잡힌 식단과 운동으로 건강을 지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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