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샌드위치로 파티를? 통닭집에 비밀기지가? 천태만상 P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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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광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잘 쓴 PPL 사례는
MBC TV '어쩌다 발견한 하루' 한 장면
MBC TV '어쩌다 발견한 하루' 한 장면

소위 '잘 나가는' 고등학생들이 대만식 샌드위치 가게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파티를 연다. 지난달 30MBC TV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한 장면이다.

방송이 끝난 직후 이 장면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즉각 화제가 됐다. 고등학생, 그것도 극 중에서 재력과 외모를 모두 갖춘 최절정 인기남들의 모임인 'A3'가 프랜차이즈 대만 샌드위치 집에서 파티를 연다는 게 우스꽝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낱개로 하나씩 까먹는 대만 샌드위치를 드라마에선 케이크인 양 탑처럼 쌓아놓고 촛불까지 꽂아 먹는 것처럼 꾸며 누리꾼들 비웃음을 샀다.

드라마에서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PPL)는 피할 수 없는 난관이다. 제작비에서 PPL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PPL 없으면 드라마 못 만든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 결과 드라마를 보다 보면 제작진이 PPL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극에 녹이기 위해 머리 싸매고 고민했을 것 같은 흔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SBS TV 주말극 '배가본드'에선 비행기 추락사고의 진실을 추적하는 국정원 요원들의 비밀 기지가 통닭집에 차려지고, 통닭집 전화번호가 요원들이 주고받는 암호로 둔갑한다.

감독과 작가가 직접 PPL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올해 초 증강현실(AR) 게임을 소재로 방영한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게임 유저가 특정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먹으면 체력이 올라가는 설정을 이용, PPL을 게임 아이템으로 소화했다.

대본을 집필한 송재정 작가는 "13회부터는 (PPL) 들어갈 데가 없어서 몰아넣었다. 제품을 마시면서 ', 맛있어'라고 멘트를 하는 게 이상해서 효과적으로 녹여보고자 했던 게 게임 아이템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거였다"면서 "새로운 방향의 PPL을 개척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JTBC 금토극 '멜로가 체질'에서도 인상적인 PPL이 등장한다. 드라마 제작 현장이 배경인 이 작품에서 드라마 감독과 제작사 직원은 PPL을 어떻게 넣을 것인지 고민한다. "생뚱맞게 개연성 없이 한 신만 들어가도 된다"던 이들은 PPL이 들어가는 장면을 상상하고, 주인공이 안마의자를 난데없이 15초간 카운트다운하며 사용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상상하기를 끝낸 제작사 직원이 "이거 넣어주시는 거죠?"라고 물어보자, 감독은 "했잖아요. 우리 한 거잖아, 지금"이라고 답한다. 드라마 속 드라마의 PPL이 실은 '멜로가 체질'PPL이었던 셈이다.

이병헌 감독은 드라마 종영 직전 출연한 라디오에서 해당 PPL에 대해 "회심의 PPL이었다""드라마 환경 자체가 PPL이 없으면 안 되지만, 분량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스타일로 풀어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PPL을 펼치는 한 샌드위치 브랜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하다. 한류 커뮤니티 숨피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특징으로 '버스에서 어깨에 기대 잠들기' '여주인공이 달리다가 넘어져 남자주인공 품에 안기기' '기억상실증' 등과 함께 '샌드위치 먹으며 데이트하기'가 꼽히기도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4"드라마 제작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은 대형 기획사로 몰리기 때문에 중소기획사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PPL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PPL이 극 몰입 방해 수준이 아니라 작품성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도 PPL은 양극화를 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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