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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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고백하건대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읽지 못했다. 국내에서만 12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지만 독자의 대열에는 끼지 못한 것이다. 후발주자로 합류하고픈 마음은 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관람했다. 독자를 건너뛰고 관객으로서의 만남이었지만 관람 초반부터 잘했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부분에선 내 아이와 누이를 떠올렸으며, 어느 부분은 형제이거나 부모의 이야기인 것 같아 뭉클했다.

베이비붐 세대라면 누구는 아들이라서 특혜를 받았고, 누구는 여자라는 이유로 하고픈 공부를 포기해야 했다. 30~40대의 기혼 여성이라면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로 어쩔 수 없이 경단녀(경력단절 여성)가 됐거나, 아니면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오늘도 울고 있을 것이다. 아내가 아프면 남편은 남편대로 괴로워하기 마련이다. 육아 휴직 중이거나, 이를 신청할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을 지켜보는 20대는 다가올 자신의 일이라고 하며 걱정했을 것이다.

▲김지영은 당신과 나의 이야기란 포스터 문구처럼 우리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는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엄마, 며느리다. 대학에 입학할 당시인 2000년부터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대학진학률은 수직으로 상승했다. 여권이 신장하면서 집에 조용히 있다가 시집이나 잘 가라 하는 시대는 아니었다. 딸로선 재능이나 능력에서 꿀릴 것이 없었다. 직장에서도 존재를 인정받으면서 자신의 성장을 위해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자 한다.

하지만 결혼 후는 결혼 전과는 확연히 구분됐다. 누구의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고, 며느리가 되어선 삶 자체가 달라졌다. ‘경단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세상은 언제, 어디서나 만능 맘이길 원했다. 아이를 돌보고, 출근하는 남편을 챙기는 소소한 행복도 있지만, 뜬금없이 우울해지고 스트레스만 쌓인다.

슬하에 2녀 1남을 둔 아빠는 건강한 아들을 위해 한약까지 지어줄 정도로 언제나 아들을 먼저 챙긴다. 엄마는 형제 중 공부를 제일 잘했지만, 선생님이 되길 포기하고 청계천에서 미싱을 돌리며 외삼촌을 뒷바라지했다. 이런 엄마에게 외할머니는 그게 한으로 남았는지 “미안하다”라고 한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출산과 육아만도 그렇다. 이 틀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의 ‘김지영’과 미래의 ‘김지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가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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