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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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신보
  • 승인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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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식물이나 동물도 잠재의식이나 본능이 있다. 말로 하는 대화가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하며 기쁨과 슬픔을 표현한다. 어떤 필요에 의해 우리와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지는 몰라도 소중한 이웃이다.

평소 친분이 깊었던 스님이 절을 증축했다며 한번 다녀가라고 했다. 궁금했던 차라 금방 대답을 하고 며칠 후 지인과 함께 아침 일찍 목적지로 향했다. 한적한 시골길에 들어설 때 즈음 허름한 식당이 눈에 띄었다. 허기도 채울 겸 들어서니 삼삼오오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한편에서 싸움이라도 하듯이 무엇인가를 따지는 일행이 있었다. 손해 볼 수 없다는 불만을 토로했고 주변 시선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가만히 지켜보니 약초를 캐러 다니는 이들인데 사소한 시비에 그동안 쌓었던 앙금이 더해져 벌어진 사단이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다가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그들이 타고 온 차가 보였다. 호기심에 들여다보니 몇 개의 보따리가 실려져 있는데 구석에 따로 있는 것은 뭔가 움직임이 있었다. 뱀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포획을 금지하지만 돈의 유혹 때문에 쉽게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두고 볼 수만 없어 혹시 하는 기대로 문을 당겨보니 쉽게 열렸다. 시동을 걸어 놓고 자루를 집어 들고 도망치다시피 줄행랑을 쳤다. 완전 범죄였다. 그 안에는 무려 40마리의 뱀이 잡혀 있었다. 산 중턱에 와서 이쪽저쪽으로 풀어주니 의기양양 영웅이 된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과 회포를 풀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꿈속에서 한복을 입은 여인네가 방으로 들어오더니 절을 하면서 고맙단다. 꼭 은혜를 갚겠다고 말하고 이내 사라졌는데 그 자리에 독사의 허물이 남아 있었다. 예사롭지 않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새벽 산책에 나섰는데 무엇인가 잡아끄는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심마니들도 보기 힘들다는 산삼이 보였다. 그것도 열두 뿌리나. 그중 반을 캐서 내려오니 하늘 복을 받았다고 온통 난리다.

어제 선행에 대해 보답하고자 하는 영물에게 먼저 고마움을 느꼈다. 돌아오는 길에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을 하던 차에 전화가 왔다. 자신의 남편이 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기도를 했을 것이고 이는 그에 대한 응답이다. 주인은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