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바라보면 변화가 일어난다
상처를 바라보면 변화가 일어난다
  • 제주신보
  • 승인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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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후, 제주감귤농협 연동지점장·심리상담사/논설위원

어느 날 상담실로 찾아온 소전 오창림 선생님의 ‘事能知足心常樂 人到無求品自高(자기 일에 만족함을 알면 마음이 항상 즐겁고 남에게 구하는 것이 없는데 이르면 품위가 스스로 높아진다)’라는 족자를 받고 이를 실천하는 길이 상담사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상담실을 찾은 대부분이 ▲마음의 가장 깊은 상처가 가족과 연결됐다는 점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필자가 오늘 두 가지 깨우침을 소개한다.

가족의 상처를 연구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어릴 적 아픔 경험 때문이다. 이는 나에게 다른 사람들의 외로움과 고통, 상처에 관심을 갖게 했다. 상처는 가장 큰 자기 성장 동력이다. 상처에는 의미와 과제가 숨어 있으며 심오한 의미를 찾아 인생에 녹여내야 한다. 고생 자체가 힘든 게 아니다. 죽을 만큼 고생했는데 그 고생이 쓰레기통에 들어갈 휴지조각처럼 아무 가치 없는 것이라고 생각될 때 고통이 온다. 힘들어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자신의 삶에 자랑거리와 소중한 추억이 된다.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인데 상처가 행복과 성장을 위한 자원이 될지 불행을 전염시키는 병균으로 자랄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자기 인생에 고통을 가져다준 상처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고통의 의미’를 발견할 때 가능하다. 한번 고정된 관점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관점을 바꾸려고 애쓰기보다는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불행에 대한 새로운 의미 부여는 상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므로 상처의 목표지점은 성장이다.

가족 치료는 과거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를 잊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이끌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동일한 풍경이라도 기준점을 어디에 찍고 바라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 소실점은 바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살다 보면 우리는 마음이 다쳐 그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기는데 트라우마는 세상을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불신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왜곡된 관점을 견고하게 구축한다. 그럴수록 자신은 점점 고립된다. 상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고통의 기억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다. 트라우마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켜 회피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해주는 것, 사고의 틀을 바꾸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상처를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트라우마는 회복될 수 있으며. 이때 가족과의 소통과 공감이 큰 힘이 된다. 상처받은 착한 사람들은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으로 살아간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고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가에 신경 쓰기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착한 사람들은 어린 시절 형성된 자기의 역할 가면인 페르소나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짜의 나가 아닌 진짜 나’로의 전환 자세가 필요하다. ‘진짜 나’가 된다는 것은 스스로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목소리와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제 착한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공감, 용서와 화해의 능력이 뛰어나지만 자기 자신의 감정을 배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에 명심하여 ‘의미 전환’, ‘재구성’, ‘긍정적 피드백’ 치료기법들을 공부하여 실행해보자. 가족은 때로 우리에게 상처와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 안식처이자 피난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