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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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우리 주변에서 ‘한국인은 패야 말을 잘 듣는다’는 말을 하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허나 이 말이 가지고 있는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은 둘째치더라도 헛소리다. ‘인간은 일단 패서 굴복시키면 말을 듣는다’는 인식이 범세계적인 고정 관념으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사실 이 편견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다. 즉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휘두르는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센징은 때려야 말을 잘 듣는다’고 전파한 거다. 한데 해방 이후에도 이 설(說)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확대 재생산됐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가혹한 폭력과 인권유린 행위가 횡행한 게다.

▲삼청교육대는 1980년 5월 31일 전국비상계엄 하에 구성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사회정화책의 일환으로 전국 각지의 군부대 내에 설치한 기관이다. 불량배를 소탕하기 위한 명분이었지만 실상은 구타, 고문 등 무자비한 인권탄압이 이뤄졌다.

1980년 8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25일까지 6만755명이 영장 없이 검거됐고, 그중 3만9742명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80% 가량이 일반 시민이었다. 순화교육이란 미명하에 자행된 잔혹행위로 현장 사망자만 54명에 달했다. 후유증으로 숨진 사람도 397명으로 추산됐다.

▲삼청교육대는 전두환 5공정권이 설립했던 대표적인 반인권조직으로, 5공 폭압정치의 상징이다. 그런 점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적인 사건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전두환 정권이 물러나면서 표면적으로 삼청교육대는 없어졌다.

하지만 공권력 시비, 강력범죄 등이 급증하자 일부 극우인사를 중심으로 “삼청교육대를 부활시켜 싹 다 가두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영화 아저씨에서 조폭 두목인 오명규가 “삼청교육대 다시 세아가 싹 다잡아 처넣어야 나라가 산다”는 대사는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 듯하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삼청교육대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일 ‘공관병 갑질’ 의혹을 제기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번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막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어 5일에는 전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여기서 삼청교육대 부활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삼청교육대가 어떤 곳이었는지 알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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